주독 미대사 대놓고 '내정간섭'…"유럽 반기득권에 힘싣겠다"

입력 2018-06-05 11:53
주독 미대사 대놓고 '내정간섭'…"유럽 반기득권에 힘싣겠다"

트럼프 충성파…대사직 행동수칙·외교관례 깨는 돌출발언

독일 정치권 강력반발…"러시아도 아닌 척 노력이라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신임 독일주재 미국 대사가 유럽 내 반(反) 기득권 우파에 힘을 싣겠다고 밝혀 독일 정치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된 리처드 그레넬 주독 미국대사는 최근 미국 극우성향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인터뷰에서 "나는 정말로 유럽 전역에 있는 다른 보수주의자들과 지도자들에게 힘을 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좌파의 실패한 정책 때문에 뿌리내린 보수적 정책이 급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레넬 대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보수 세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지지할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극우 연립정부를 이끄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레넬 대사는 "나는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록스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다"라고 말했다.

그레넬 대사의 발언을 두고 독일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사직의 행동수칙과 외교관례를 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독일 대연정 소수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의원이자 독미의원우호단체 회원인 메틴 하크페르디는 과거 주독 미국대사들은 양국 간 가교를 놓았지 정당정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레넬 대사의 발언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독미의원우호단체 부위원장인 녹생당 오미드 노리푸어 의원도 "신임 미국대사가 아직도 그의 새 역할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는 최소한 타국 내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노력이라도 한다"고 꼬집었다.

독일 정부도 미국 측에 그레넬 대사의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오는 7일 그레넬 대사가 외교부를 처음으로 공식 방문할 때 해당 발언의 의미에 관해 설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그레넬 대사의 발언을 놓고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트위터에 "해당 인터뷰는 끔찍하다. 대사는 외국의 어떤 정당에도 힘을 싣지 않게 돼 있다"면서 "이 같은 자극적인 발언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비판이 확산하자 그레넬 대사는 4일 트위터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가 후보/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면서도 "나는 우리가 트럼프의 인도로, 엘리트와 그들의 거품을 거부하는 조용한 다수의 각성을 경험하고 있다는 나의 발언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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