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애국심 호소 자동차 번호판으로 세수확충 추진

입력 2018-06-05 11:32
말레이시아, 애국심 호소 자동차 번호판으로 세수확충 추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심각한 국가부채를 안고 출발한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애국심에 호소하는 자동차 번호판 공개입찰로 세수를 확충하기로 했다.

5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교통부는 오는 7월 2일부터 16일까지 '말레이시아 1'∼'말레이시아 9999' 자동차 번호판을 공개 입찰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8월 31일)에 앞선 오는 8월 23일부터 부착할 수 있는 이 번호판 입찰로 정부는 2천200만 링깃(약 59억2천500만원) 이상을 국고에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판 V 시리즈 번호판으로 2천248만 링깃, F 시리즈 번호판으로 1천755만 링깃이 각각 걷혔다.



특히 2015년 한 시민단체가 주관한 패트리엇 번호판 시리즈 가운데 '패트리엇 1'은 무려 130만 링깃(약 3억5천만원)에 팔렸다.

앤서니 로케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국가명을 넣은 자동차 번호판을 공개 입찰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한 세수는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케 장관은 또 '말레이시아 2020' 번호판은 '비전 2020' 아이디어를 낸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에게 우선 배정되지만, 마하티르 총리의 의사에 따라 처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케 장관은 이어 말레이시아 시리즈 번호판 입찰에 이어 오는 9∼10월 슬랑오르, 프릴리 등 13개 주별로 주 명칭을 넣은 자동차 번호판을 입찰에 부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직전 정권이 1조873억 링깃(약 293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분식을 통해 7천억 링깃(188조원) 미만으로 속여 왔다고 폭로했다.

이에 새 정부는 총사업비가 600억 링깃(약 16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을 비롯한 각종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중단하며 재정 긴축에 들어갔다.

또 최근에는 '타붕 하라판 말레이시아'(THM)라는 신탁 펀드를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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