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시대 천년역사의 새똥" 獨극우지도자 발언에 비판쇄도(종합)
같은 당 AfD 모이텐 공동대표도 "단어 선택 부적절" 지적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나치 시대 희생자 조롱…우리 모두 맞서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대표가 나치 시대의 과오를 경시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고 있다.
당내에서도 사과 요구가 나오는 데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튀링겐 주(州)의 지바흐에서 AfD의 청년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성공적인 1천 년 역사에서 단지 '새똥의 얼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나치가 집권한) 12년에 대해 책임을 졌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빌어먹을 12년 이상인 영광의 역사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치 집권기의 과오를 축소하려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독일 사회에서 비등했다.
논란이 커지자 AfD의 중도그룹은 성명을 내고 가울란트 공동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4일 전했다.
이들은 "우리는 공동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나치 시대의 모든 희생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 그는 나치 시대를 하찮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AfD의 외르크 모이텐 공동대표도 "'새똥'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은 매우 불행하고 부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다만, 그는 "연설을 들은 사람이라면 가울란트 공동대표가 나치 시대의 범죄를 최소화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fD의 청년조직인 JA의 니콜라이 보다히 부대표는 "가울란트 공동대표가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단어의 선택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AfD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정치권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전날 나치 집권시 탄압받은 동성애자들을 위한 기념비 설립 10주년 행사에 참석, "나치 시대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오래된 상처를 다시 찢고, 새로운 증오를 심는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이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홀로코스트와 5천만 명의 전쟁 희생자가 AfD에는 '새똥'에 지나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메르켈 내각도 가울란트 공동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연방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나치 정권은 독일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면서 "독일은 이에 대해 영원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 국민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지난해 9월 총선을 앞두고도 "유럽을 돌아보면 독일인 만큼 과거의 잘못에 매여있는 국민을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나치 시대 12년간에 대해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AfD는 총선에서 12.6%를 득표해 제3당으로 원내에 처음 진입했고,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으로 원내 제1야당이 됐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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