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동행] "전화주세요"… 핫라인 명함으로 표심 구애

입력 2018-06-05 06:29
수정 2018-06-05 07:39
[김문수 동행] "전화주세요"… 핫라인 명함으로 표심 구애



새벽 5시 일어나 밤 12시 잠들어…이동차량은 '전략상황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명함에 핸드폰 번호 있으니까 연락 주세요. 전화 주셔도 되고 문자 주셔도 됩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4일 유세 도중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명함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용 명함에는 보통 후보의 핸드폰 번호까지는 넣지 않지만 김 후보는 자신이 실제로 사용하는 핸드폰 번호를 넣은 것은 물론 이를 시민들에게 건네며 직접 연락을 당부했다.

김 후보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래야 시민들과 직접 소통이 된다. 실제로 명함을 받고 전화를 걸어주시거나 문자로 자료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자신만의 유세방식을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아침에도 새벽 5시에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잔을 마시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이후 생긴 버릇이다.

오전 7시 서울 관악구의 집을 나서는 김 후보의 손에는 갈아입을 셔츠 두벌이 들려있었다.평소 같았으면 지하철을 탔겠지만, 이날은 아침 라디오 인터뷰가 예정돼있어 승합차로 첫 유세 장소인 연신내역까지 이동했다.

승합차 뒤에는 갈아입을 셔츠와 양복이 여러 벌 걸려있었다.

남색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섰지만, 연신내역 유세 때는 회색 바지에 회색 운동화, 흰색 선거운동 점퍼로 갈아입었다.

오후 외신기자 클럽 간담회 때는 다시 남색 양복에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변신했다.

이동할 때 타는 승합차는 김 후보의 탈의실이자 전략상황실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동하는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확인했고, 정책팀에서 정리한 지역별 현안을 꼼꼼히 살피며 다음 유세 발언을 준비했다.

이날 하루 동안의 유세에서 60대 이상의 노인층은 김 후보를 반기는 경우가 많았다. 손가락 두 개를 흔들어 보이며 호응해주거나 유세차에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사전 조율 없이 경로당을 찾았지만 8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경로당 회원들은 김 후보를 살갑게 맞았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에 찾은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는 상인들과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장면과 바나나, 박카스를 건네며 응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자장면을 비벼서 한 그릇 뚝딱 했고, 바나나도 마저 먹고 나서는 큰절을 하며 "저같이 욕 많이 먹는 정치인에게 욕을 안 하고 먹을 것과 미소를 주셨다. 큰절 올릴 테니 표도 꼭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젊은층은 김 후보를 외면하거나 못 본 척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유세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항의를 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왕십리역 앞 유세 때는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젊은 아기엄마에게 "아기가 잠이 안 깨려나 모르겠네요"라며 말을 건넸지만 외면당했다.

김 후보는 "젊은층이 생각을 바꿔 우리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하고 "젊은층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60세 이상이 25%가 넘고 이분들의 투표율이 높다"면서 지지를 기대했다.

오전에 찾은 왕십리 행당시장에선 한 상인이 김 후보에게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상인에게는 "단일화하려는데 저쪽에서는 좀 그렇지"라고 말했지만, 기자에게는 자신과 구청장, 구의원 후보가 연관돼 있음을 거론하며 "(단일화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는 광진구 유세를 마친 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음날 유세 일정을 점검하고 낮 동안에 보지 못한 방송 뉴스를 확인하느라 김 후보가 사는 관악구 빌라의 불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꺼졌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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