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새 가족장관, 동성애 가족 부정 발언으로 논란
진보성향 오성운동은 '선 긋기'…"부적절 발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신임 가족부 장관이 "이탈리아에 동성 부모로 구성된 가족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반체제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 소속의 로렌초 폰타나 가족부장관은 2일 발행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동성 커플이 꾸린 가족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족들이 있느냐"며 "현재, 동성 커플과 자녀로 이뤄진 가족은 법적으로 (이탈리아에)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그는 "가족은 아이가 (여성인)엄마와 (남성인)아빠를 두고 있는 자연스러운 구성체를 의미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럽의회 의원 출신인 폰타나 신임 장관은 동성 결합과 낙태 등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가족관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일 새 내각의 선서를 하기 위해 로마의 대통령궁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아내와 어린 딸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이 신문에 이탈리아의 출산율 급감을 타개하기 위해 낙태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가톨릭 신자로, 이를 숨길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단체들은 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새 장관의 이 같은 인식에 즉각 반발했다.
'게이넷'의 프란체스코 레포레 대표는 "폰타나 장관의 발언은 그릇되고, 모욕적인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동성애 단체 '아르치게이' 대표도 "최소한 50년 전의 신문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며 분개했다.
2010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인기 가수 티치아노 페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동성 가족에 대한 국가의)지원을 원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투명인간으로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폰타나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새 정부에서 내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아빠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동성 결합,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무효화하는 것은 새 정부의 의제에 들어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동맹과의 연정을 주도하는 오성운동도 폰타나 장관의 반(反)동성애 발언에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오성운동 소속의 마리아 에데라 스파도니 의원은 "폰타나 장관의 말은 적절하지 않다"며 "도덕적인 사안에 있어서 우리와 동맹 사이의 감수성이 매우 상이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성 결합, 낙태 등 윤리적인 문제와 환경 보전 등의 사안에 있어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오성운동은 보수적인 가족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 보존보다는 개발에 역점을 두는 동맹과 상당한 철학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가톨릭의 본산 바티칸을 품고 있어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이탈리아는 중도 좌파 민주당 집권 시절인 2016년 5월 서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동성 결합'을 합법화했다.
동성 간 결합은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법적인 이익(상속, 입양, 양육 등)을 혼인 관계에 준해서 보장하는 제도다. 이탈리아는 동성 결합 법안 통과 시 동성 커플의 입양권은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에는 동성 커플이 대리모나 정자 기증 등을 통해 아기를 낳아 부모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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