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홍수 맞서다 순직…소방영웅 128명 이곳에 있다

입력 2018-06-05 06:00
수정 2018-06-05 10:07
화마·홍수 맞서다 순직…소방영웅 128명 이곳에 있다

현충일 앞두고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 추모 발길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임무를 마치고 춘천으로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광주 도심에 추락했다.

당시 헬기에는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정성철 소방경, 박인돈 소방위, 안병국 소방장, 신영룡 소방교, 이은교 소방사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날 사고로 순직했다.

현장 인근에는 고층 아파트, 초·중·고교, 상가, 교회 등이 밀집해 있었다.

사고 헬기가 충돌했더라면 대형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 헬기는 건물 사이 공간으로 떨어졌다.

순직소방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피해를 줄이려고 이곳에 추락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추측이었다.



지난해 9월 17일 새벽엔 강원 강릉 석란정에서 이영욱 소방경과 이호현 소방교가 화재 진화 중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순직했다.

유족뿐 아니라 30년간 각종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과 투철한 직업 정신을 무장한 새내기를 함께 떠나보내야 했던 동료 소방관의 슬픔은 컸다.



가장 최근엔 유기견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김신형·김은영·문새미 소방관이 차량 추돌 사고로 순직했다.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던 소방관 128명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화마와 맞서 싸우거나 불어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한 소방영웅이 다 이곳에 있다.

이곳에 처음 안장된 소방공무원은 허귀범 소방관이다. 1994년 6월 1일 서울 영등포구 한 플라스틱 공장 화재 때 순직해 같은 해 12월 6일 영면에 들어갔다.



허 소방관 순직 이후 당시 내무부는 소방관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

처음 안장 장소는 일반 묘역이었으나, 1995년께 소방공무원 묘역을 따로 조성했다.

안장자 수가 점차 늘면서 함께 모여 희생정신을 기리는 행사도 생겼다.

민간단체인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11년 동안 자체적으로 추모식을 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는 국민안전처가 처음 주최하는 정부 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다.



다른 때보다 더 뜻깊은 6월,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현충일을 앞두고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교의 엄마'라고 소개해 달라는 한 유족은 5일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면서도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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