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바닷가 소나무숲 훼손…파악 못 한 관계 기관은 뒷북 대책
전문가 "바닷가 소나무 숲은 산양 산삼 재배 적지 아니다" 일침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강릉의 바닷가 소나무 숲에 산양 산삼을 심겠다며 불법 훼손한 임대인이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지뿐만 아니라 다른 국유지도 무단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강릉시 견소동 일원의 바닷가 소나무 숲에 산양 산삼을 심은 임대인이 철도공단 소유지와 인접한 기획재정부 소유의 소나무숲도 무단 점유해 산양 산삼을 심은 것을 확인했다.
기재부 땅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강원지역본부는 최근 국유지 2천109㎡가 무단 점유된 사실을 밝혀내고 원상 복구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 해송림은 평소 주민이나 관광객이 산책로로 애용하던 곳으로 임대인이 최근 산양 산삼 씨를 뿌리고 철조망을 치는 바람에 출입이 차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산양 산삼 씨앗을 뿌리기 위해 소나무 숲을 갈아엎는 과정에서 지표면의 소나무 뿌리까지 훼손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바닷가 소나무 숲은 주민의 소중한 공간인데 이렇게 돼 가슴 아프다"면서 "산양 산삼을 심겠다고 훼손한 국유지는 대부를 하지 않은 재산"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유지를 허락받지 않고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음 있던 상태대로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양 산삼을 심겠다는 개인에게 바닷가 유명 소나무 숲을 임대한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는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내놓았다.
철도공단 측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수익 창출을 통해 공단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주민에게 국유재산 사용수익 허가를 한 바 있다"면서 "허가부지 특성에 맞는 작물(산양 산삼)이 재배되고, 사용자가 작물의 보호를 위해 철조망을 설치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가부지 내 소나무 훼손 사실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 후 관할 지자체와 협의해 적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철도공단은 임대한 소나무 숲이 9천979㎡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유재산이 무단 점유된 줄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거나 합법적으로 임대했더라도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처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해 수십 년 된 소나무들이 훼손되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강릉시도 소나무들이 불법 훼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원상 복구와 함께 당사자를 처벌할 방침을 세웠다.
다만 이미 소나무 여러 그루가 훼손된 상태인 데다 정지 작업이 이뤄져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해당 기관이 수익 창출만 고려하거나 관리 기관이 토지 따로, 나무 따로 나뉘어 있다 보니 소나무 숲 훼손을 부채질했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바닷가 소나무 숲은 주민의 소중한 힐링 공간일 뿐만 아니라 잘 보전해 미래 세대들에게 전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자산"이라며 "현재 훼손된 소나무가 몇 그루인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동해안 바닷가 소나무 실태를 정밀히 조사하고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농정 기관들은 바닷가 인근에 산양 산삼을 재배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바닷가 옆은 소금기가 있어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그런 곳에 산양 산삼을 심은 걸 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 보고 산양 산삼을 바닷가에 심으라고 했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산양 산삼을 재배하는 농가에 물어봐도 바닷가에서 재배한 적이 있다는 논문 등 실증시험 자료가 전혀 없고, 산림 부서도 산양 산삼은 심산유곡에서 재배한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산양 산삼 등 특용작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부기관 관계자도 바닷가 소나무 숲은 산양 산삼 재배의 적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마사토 성분의 바닷가 해송림 아래는 산양 산삼의 적지는 아니다"면서 "삼은 어떤 식물보다 자생력이 강해 심은 다음 싹이 나오더라도 주변 환경이 맞지 않으면 다시 수년간 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와 접한 경북 울진도 산양 산삼을 많이 재배하는데 그곳은 내륙 깊이 들어간 심산유곡"이라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마을을 지켜주는 해송림을 훼손한 게 본질이지 바닷가에서 산양 산삼을 재배할 수 있는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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