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견인차' 반도체, 중국 담합조사 '몽니'에 위기감(종합)

입력 2018-06-04 18:54
수정 2018-06-04 18:54
'한국 경제 견인차' 반도체, 중국 담합조사 '몽니'에 위기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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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D램 점유율 73%…"담합 사실상 불가능, 중국 상대 설득 주력"

'매출 급증' 미국 마이크론 겨냥 분석도…"단기 영향 제한적일 것"

백운규 산업장관, 중국 상무부장 면담시 공정조사 요청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김동현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17.4%였다.

반도체 수출액 927억9천800만달러 가운데 39.5%가 중국, 27.2%가 홍콩을 각각 대상으로 한 것으로, 무려 3분의 2에 해당하는 액수다. 중국에 판매한 반도체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11.6%에 달한 셈이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의 '견인차'인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이 최근 메모리 반도체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우리 업계에는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 구성된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이 압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우려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 주요 타깃은 미국 마이크론?…'일석삼조' 노린 듯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4.9%로 단연 1위였으며,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각각 27.9%와 22.6%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분기(46.0%·28.7%)보다 점유율이 다소 떨어졌으나 마이크론은 20.8%에서 22.6%로 올라섰다. 매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9%와 2.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마이크론은 14.3%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 정부의 반도체 조사가 마이크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이어가고 있는 '통상 전쟁'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으로,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마이크론 대표를 소환해 D램 가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의 주요 타깃이 마이크론이라고 하더라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동시에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중국 정부가 선두 업체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기술격차 축소를 위한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통상전쟁 대응,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압박,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등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의 몽니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견제 수위 높아질 듯

중국 정부의 이번 조사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D램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데다 새로운 수요처도 속속 등장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 시장을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으로, 중국 스마트폰·PC 생산업체들도 현재로서는 이들 3개 업체 외에는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D램 공정 가동률은 꾸준히 100%로, 공급 조절을 통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중국 정부가 이번 담합 조사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칼을 빼 든 이상 어떤 식으로든 담합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국에서 진행되는 D램 담합 관련 소비자집단소송에도 근거 자료로 채택될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설비를 확장하고 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정부 "업계와 상황 공유"…대응 방안 '한계' 지적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중국 정부의 조사에 대한 평가를 삼간 채 "조사에 응하고 있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자칫 '반도체 통상 마찰'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론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뭐라 내놓을 입장은 없다"면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담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5일 중국을 방문하는 백운규 장관이 중국 중산(鐘山) 상무부장을 만나 중국 정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 장관의 방중은 이번 조사 전에 정해진 일정이지만 업계에 워낙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백 장관이 이번 면담에서 조사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백 장관이 상무부장에 직접 입장을 전달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정부는 반도체 업계와 조사 상황을 공유하면서 중국 정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업계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황을 봐서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아직 한 차례의 현장 조사만 이뤄지고 중국 정부가 공식 조사 개시를 발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일단 중국 정부의 의중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가 정말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비공식적으로 가격 인하 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는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덤핑·상계 관세나 세이프가드 등의 통상 이슈라면 직접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가격 담합 조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진행하는 각국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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