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방암 수술뒤 화학요법 안해도 돼"…1만200명 연구 결과

입력 2018-06-04 10:37
"초기 유방암 수술뒤 화학요법 안해도 돼"…1만200명 연구 결과

美 몬테피오레병원 "화학요법 유무 관계없이 9년 생존률 94%로 똑같아"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일반적인 형태의 유방암 초기 여성환자들은 굳이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암 초기에는 수술과 이후 호르몬요법만으로 치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 의료진은 지난 10년에 걸쳐 1만273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 후 경과를 추적하는 '온코타입 DX(Oncotype DX)'라는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방암 치료는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화합요법에서 유전자표적요법, 호르몬차단요법, 면역요법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화학요법에서도 치료기간이 짧아지고 투약량도 줄어들고 있다.

암세포가 림프샘으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을 받은 후 수년에 걸쳐 호르몬차단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의 상당수도 병원으로부터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화학요법 치료를 제안받는다.



의사들도 화학요법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확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의 이번 조사는 이런 경우 '화학요법은 필요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통계를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의료진은 전체 참가자 가운데 유방암 재발 고위험군이어서 화학요법이 필요한 환자 17%, 반대로 저위험군이어서 화학요법이 필요 없는 16%를 제외한 나머지 67%의 '중간 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이들의 절반은 수술·호르몬요법을 거쳤고, 또 다른 절반은 수술·호르몬요법은 물론 화학요법까지 적용했다.

그러나 9년 후 두 그룹의 생존율은 94%로 똑같았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84%는 암의 징후가 전혀 없는 상태로 살고 있었다.

이는 화학요법을 추가하더라도 환자의 생존에는 차이가 없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유방암 치료에 대한 최대 규모의 연구에서 얻은 이 같은 결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라고 연구를 주도한 조지프 스파라노 박사는 말했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연간 최대 7만 명의 환자가 화학요법의 비용과 번거로운 치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해럴드 번스타인 박사는 어떤 환자에게 화학요법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밝혔다는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말했다.

번스타인 박사는 "'화학요법을 받으면 암이 치료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많은 환자가 생각하는데 이번 연구는 화학요법의 장점이 유동적이고, 때로는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의 제니퍼 리튼 박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위험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위험이 아닐 수 있다"면서 "화학요법은 물론 유전자검사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환자는 아주 작은 혜택을 기대하면서 화학요법을 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 미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회의에서 발표됐고,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게재됐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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