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의 유혹] ② "24시간이 모자라"…선관위의 하루

입력 2018-06-04 12:01
[네거티브의 유혹] ② "24시간이 모자라"…선관위의 하루

쉴새없이 쏟아지는 전화·문자 신고…후보만큼 바쁜 선거관리 활동

선거지원단 "정책 위주 깨끗한 선거로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게 목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후보들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선거범죄와 관련한 예방·단속활동을 펼치며 유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다.

이들의 선거관리 활동 일상을 연합뉴스가 밀착 취재했다.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첫 일요일인 지난 3일 오전 7시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부산시 선관위 공명선거지원단은 분주했다.

후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주말인 만큼 직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연설 과정에서 상대 후보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에서부터 선거운동원들의 복장까지 선거유세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사안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부산 서면 교차로, 해운대 구남로 등 선거운동 현장에서는 출동한 공명선거지원단 단원들과 선거운동원들 간에 실랑이가 펼쳐졌다.

"손팻말을 바닥에 내려놓지 마라", "선거운동원 명찰을 보이게 걸어달라"고 지적하자 유세단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왜 우리만 지적하느냐", "상대 후보도 이렇게 하는 것을 봤다" 등의 볼멘 항의가 이어졌다.

선거운동원이 아닌 지지자가 유세의 흥에 못 이겨 후보자의 기호가 적힌 소품을 흔들며 선거운동을 해 시정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정선거지원단으로 올해로 8번째 선거를 치르는 서경주(52) 씨는 "선거법을 잘 몰라 발생한 사소한 사안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취해진다"며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후보 측에서 상대 후보 선거운동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문제 삼기 때문에 지원단도 덩달아 바빠진다"고 밝혔다.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에 관심이 많은 시민 가운데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공식선거운동 기간 공정선거지원단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2교대로 나눠 활동하며 불법선거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벽보나 현수막 점검도 공정선거지원단의 역할이다.

신고를 받거나 순찰을 통해 훼손된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발견하면 즉시 각 후보 측과 해당 주민센터에 보수 요청을 하고 훼손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지원단에는 온라인상에 선거법 위반 사례를 적발하는 사이버 공정선거지원단도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급증하면서 이를 적발, 조치하는 사이버 공정선거지원단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각종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짜뉴스'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취재진이 직접 사이버지원단과 함께 온라인 선거운동 실태를 확인해보니 잘못된 정보는 물론 후보의 신체적 약점과 가족사를 이용한 인신공격도 목격됐다.

특히 지방선거는 후보가 많아 업무의 양이 늘어난다.

부산시 선관위 소속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22명은부산지역에 등록된 총 580여 명의 후보와 관련된 온라인 선거법 위반 사례를 찾아낸다.

윤순중(31) 부산시선관위 사이버지원단원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늦게 발견하면 급속도로 퍼져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단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온라인 흑색선전은 더 심각했다"고 밝혔다.

공정선거지원단과 함께 선관위 전임 직원들도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선관위 사무실에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전화의 80%는 '선거운동 소음을 규제해 달라', '선거운동 문자를 받고 싶지 않다' 등의 민원이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소음을 규제할 권한도 없고 선거운동 문자는 각 후보 측에서 보내는 것이지만 선관위는 선거운동 기간 사실상 선거와 관련된 모든 민원 창구 기능을 한다.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한 제보 전화가 걸려 오면 현장 확인에 나선다.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대부분 직원이 집으로 돌아가지만, 선관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사무실 전화와 연결된 휴대전화기로 각종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선거운동 소음 신고, 상대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실 고발, 선거법 유권해석 문의 등 다양한 전화가 걸려와 밤새 잠을 설치게 된다고 선관위 직원들은 전했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 선관위 업무는 24시간이 부족하다"며 "선거기간 몸과 정신은 힘들지만, 네거티브보다 정책 위주의 깨끗한 선거가 되어 이번 지방선거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쓰겠다"고 밝혔다.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