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3차 무역협상 난항…中 "美관세부과 실행시 합의 무효"
로스장관 귀국길…무역전쟁 재점화·분규 장기화 우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이 베이징에서 이뤄진 3차 무역협상에서 별다른 의견접근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2일 베이징에 도착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2차 무역협상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등을 이틀간 집중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로스 장관은 결국 3일밤 중국 측과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나섰다.
로스 장관과 류 부총리는 조어대(釣魚台) 국빈관에서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에 걸쳐 미국제품 구매 확대, 무역흑자 축소,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산업 보조중단 등을 놓고 무역 협의를 벌였다. 양측은 대표단 고위급 일부만 참석하는 협상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중 양측은 이 과정에서 어떤 합의안 발표나 공동성명 채택도 하지 않았고, 협상의 세부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만이 미국이 제재 조치를 실행하면 양국 간 무역합의 효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일방적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중국 측은 "중미가 달성한 성과는 양측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무역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라면서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무역 제재를 내놓는다면 양측이 협상에서 달성한 모든 경제 무역 성과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3차 무역협상 직전에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부과 강행 방침을 밝히며 오는 15일에 관세 부과 대상의 품목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신화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이 무역전쟁 도발을 고집한다면 중국도 별다른 선택 없이 대등하게 반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을 통해 "미국은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관세와 수출확대 2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담판에서 중국은 대미흑자 축소를 위해 농산물 및 에너지 수입 확대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의 압력을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울러 미국의 관세폭탄 압박과 기술이전 금지, 첨단기술 억제에 강하게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이번 베이징 협상에서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확대한 것 외에도 미국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중국 경제구조에 변화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의회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2차 무역협상 합의안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미 정부도 강경 모드로 돌아서며 중국과의 무역갈등 전선을 계속 확대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중국에 각종 무역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 또한 유예했던 대미 '관세 폭탄'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중 무역분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은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오커진(趙可金) 칭화대 사회과학학원 부원장은 "미국의 이번 무역전쟁 발동은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 기술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중국도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대등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