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영철 파격 예우…"우방 최고위급 외교관 수준"

입력 2018-06-02 20:09
트럼프, 김영철 파격 예우…"우방 최고위급 외교관 수준"

18년전 조명록 때보다 의전 격상…강경파 볼턴 배제한데 '배려'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대통령이 직접 나선 에스코트, 두 배로 늘어난 회동 시간, 강경파의 배석 배제.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동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찾아온 김 부위원장에게 보여준 이례적인 '특급 의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의 백악관 방문과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파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NBC뉴스는 이날 "김 부위원장에게는 우방국 최고위급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의전이 펼쳐졌다"며 "백악관이 거의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김 부위원장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NBC뉴스는 우선 조 제1부위원장 때보다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약 90분간 만난 반면, 18년 전 조 제1부위원장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면담은 45분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탄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12분께 백악관 경내 집무동 앞에 도착했다.

그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직접 영접을 받았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들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로 향하는 김 부위원장과 켈리 비서실장 일행의 모습을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위해 집무동 밖까지 나와 '배웅 에스코트'를 한 점도 이례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미소와 악수를 주고받았고, 우호의 표시로 김 부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함께 기념촬영까지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이 갖고 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親書)를 열어보기도 전에 이를 '특별한 전달'이라며 "아직 읽진 않았지만, 매우 좋고 흥미롭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점도 이례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규 제재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도 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BC뉴스는 미국 측이 이번 회동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배석자 면면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회동 등에 배석시키지 않은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온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의 주창자다. 지난달 16일(한국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집중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NBC 뉴스에 "이는 의도적인 것"이라며 미국 당국은 지금 외교에 중심을 두면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뉴욕에 도착할 때도 공항에서부터 특급 의전 대우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대접'하는데 각별히 신경 쓰는 것에 대해 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만큼이나 북미 간의 좋은 관계라는 '쇼'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과거 군복을 입고 백악관에 왔던 조 제1부위원장과 달리 짙은 감색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조 제1부위원장의) 군복은 메시지였다. 북한이 강한 군대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군이 아닌 당 중심으로 국가운용시스템이 전환됐다는 점을 이번 김 부위원장의 옷차림이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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