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의심' 주민탄원서로 집회금지…법원 "정부에 배상책임"

입력 2018-06-03 08:00
'진위 의심' 주민탄원서로 집회금지…법원 "정부에 배상책임"

"세월호 집회금지 처분 위법"…작가회의 등에 30만원씩 배상 판결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진짜인지 의심스러운 주민 탄원서를 근거로 경찰이 세월호 집회를 불허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집회 자유를 침해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송경호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8명과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 3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4년 6월 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세월호 진상규명 및 참사 추모제'를 사흘 뒤인 그달 10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입구 앞 인도 등에서 열겠다고 신고했다.

종로경찰서는 집회를 금지했다. 경찰 측은 그 사유에 대해 "주거지역에 해당하고 집회 소음 등으로 주민 사생활에 현저한 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 인근 주민과 자영업자들로부터 탄원서 및 서명부 등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해당 지역은 주거지역이 아니고 주민이나 자영업자들이 집회 금지를 요청하는 탄원서와 연명부를 제출한 적도 없다"며 경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1·2심은 "경찰이 집회를 불허한 근거로 제시한 인근 주민의 탄원서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찰 측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김씨 등은 "공문서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집회를 금지시켰다"라며 작년 6월 정부를 상대로 각 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제출한 것은) 연명부라는 제목 아래 인근 주민 80명의 인적사항과 서명이 기재된 것에 불과해 집회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처분(집회 금지)은 적법성 요건인 인근 주민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장소 보호요청이 결여돼 위법하고, 그로 인해 원고들이 당초 계획대로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돼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집회를 못한다고 통지했는데도 김씨 등이 집회에 참가했으므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당초 계획한 시간과 장소에서 신고한 집회를 개최하지 못한 이상 원고들의 집회 자유는 이미 침해됐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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