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심장부 찾은 '김정은 복심'…트럼프 만나 정상회담 '징검다리'
'특명' 안고 트럼프에 김정은 친서 전달…18년만에 최고위급
트럼프 "12일 김정은 만나겠다"…악수·미소·기념촬영 환대
80분 간 진행…트럼프, 김영철 차량 탑승까지 안내하며 배웅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복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심장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한 데 이어 이날 수도인 워싱턴DC로 이동,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이다.
태평양을 건너 지난달 30일 뉴욕에 도착, 미국땅을 밟은 지 사흘 만에 그동안 품어왔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라는 특명을 안고 '호랑이 굴'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셈이다.
김 부위원장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의 워싱턴DC 방문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북측 최고위급 인사다. 백악관을 방문해 미 대통령을 예방한 것 역시 같은 '역사적 기록'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과 친서 전달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 일행이 백악관을 떠난 뒤 기자들에게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면서 한때 취소 발표로 혼란에 빠졌던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와 트럼프 대통령 예방은 그 자체로도 북미 관계나 한반도 정세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날 면담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오후 2시 35분까지 80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장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면담 후 백악관 집무동 밖에까지 나와 김 부위원장의 차량 탑승을 안내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무동을 나와 수분에 걸쳐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으며 김 부위원장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또 수행단에 포함됐지만 면담에는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도 악수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함께 기념촬영까지 했다.
이날 면담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12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이날 뉴욕에서 차량으로 약 4시간을 달려 워싱턴DC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부위원장이 육로로 이동할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지만, 김 부위원장이 묵었던 뉴욕 맨해튼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의 미측 경호관계자는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 혼선을 낳기도 했다.
미국은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포기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김 부위원장은 뉴욕 스카이라인을 보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미국산 스테이크 만찬을 한 데 이어 이날 차량으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속살'을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는 경험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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