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흥행 독주에 지난달 관객 280만명 급감

입력 2018-06-03 06:00
'어벤져스3' 흥행 독주에 지난달 관객 280만명 급감

1천만 영화의 명암…경쟁작·전체 관객 줄어

한국영화 위기론 솔솔…킬러 콘텐츠 적고 투자위축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하루 좌석점유율이 10%를 밑돌 때도 있어요. 100석짜리 극장에 관객이 10명도 안 들었다는 의미죠."

지난 1일 만난 극장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 극장 안이 텅텅 빌 때가 많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관객 수는 작년 5월보다 약 280만 명 급감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1천만 명을 불러모으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지만,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지는 못했다.

'어벤져스3'를 피하느라 개봉작이 줄었고, 개봉한 나머지 영화들도 흥행에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1천만 영화가 불러온 명암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5월 관객 수 5년 만에 최저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관객 수는 1천589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5월 관객 수로는 2013년 이후 최저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5월보다는 279만 명이 줄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는 509만 명, 외화는 1천80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각각 138만 명, 141만 명 감소했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32.1%로 집계됐다.

지난달 관객 수가 쪼그라든 것은 중급 이상 개봉 영화가 줄었기 때문이다. 스크린 1천 개 이상에서 개봉한 영화는 작년 6편에서 올해는 '어벤져스3', '데드풀2' '독전' 세 편에 불과했다. 한국영화 '챔피언' '레슬러'가 800∼90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각각 113만 명과 77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대형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어벤져스3'를 피하려 센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다 보니 전체 입장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극장으로서도 특정영화의 독과점 이슈를 위험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 수 감소는 배급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대작 영화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는 전략적으로 상영 시장을 나눠 가졌다. 겨울과 설날, 여름 성수기, 추석,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흥행 시즌은 한국영화가 주도하고, 나머지 기간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가 주도하는 식이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 감소는 관객의 선택보다는 배급전략이 원인인 것 같다"면서 "7∼8월에 관객이 다시 몰리면서 5월에 줄어든 관객 수를 만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전체 관객은 280만 명가량 줄었지만, 극장 매출은 107억 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멀티플렉스 3사가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관람료를 차례로 1천 원씩 올린 덕분이다.



◇ 한국영화 위기론 '솔솔'…킬러 콘텐츠 적고, 투자심리 위축

영화계에서는 올해 한국영화 관객 수가 예년만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초 설 연휴 극장가를 할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가 평정한 데서 보듯, 흥행 공식이 깨지는 데다 킬러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올여름에는 한국영화 '인랑' '신과함께-인과연' '공작' 등이 할리우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맘마미아 2' 등과 경쟁한다. 화제성과 인지도 면에서 한국영화 대작들이 아직 주도권을 쥐지는 못한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추석에 개봉하는 '안시성' '물괴'를 비롯해 '마약왕' '창궐' 'PMC' '스윙키즈' 등이 개봉을 앞뒀다.

모 영화제작사 대표는 "올해 한국영화 위기는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킬러 콘텐츠가 적다는 점"이라며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영화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점유율 50%를 넘었다.

더 문제는 내년이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내년 라인업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남한산성' '군함도' 등의 흥행 부진 이후 '대마불패'의 법칙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작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한 영화인은 "예전에는 제작사가 멀티캐스팅을 해오면 투자자들이 선뜻 나섰는데, 이제는 스타가 여러 명 출연해도 예산이 너무 크면 투자를 망설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시장을 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블록버스터인데, 여러 기획안이 나와도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라인업에 포함하는데 보수적인 입장"이라며 "관객 200만∼300만 정도의 중급 영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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