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문대통령 고향 거제…보수 텃밭에 불어닥친 '파란'
민주당 변광용·한국당 서일준 접전…보수에서 진보로 정치지형 변화 조짐
(거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는 여야 후보 간 경합이 치열해 당선자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 형국이다.
이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독식했을 정도로 보수색채가 짙은 지역에서 현직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이 당선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관심사다.
거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탓에 주로 상도동계 인사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비서실장으로 일하다 탄핵정국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 중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15∼17대 국회의원을 내리 3선 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남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거제도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장기간 불황을 겪고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과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거제의 정치지형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은 문 대통령의 후광효과와 조선업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지역경제 회생공약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변광용(52) 후보, 한국당 서일준(53) 후보, 대한애국당 박재행(67) 후보 등 총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박 후보는 제대로 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사실상 변 후보와 서 후보 양강구도로 판세가 짜이는 모양새다.
변 후보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한표 후보에게 730표(0.7%) 차로 석패한 뒤 와신상담하며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을 했으며 문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정무 특보를 역임했다.
특히 지난 총선을 포함해 거제에서만 시장, 국회의원 등에 4차례나 낙선해 '이번에는 뽑아주자'는 일종의 동정론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크다.
굳이 여당과 문 대통령 인기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아 후보 자체의 경쟁력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서 후보는 30년 공직 생활을 바탕으로 한 '행정 전문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거제시 부시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로 조선업 활성화 등 거제 현안을 누구보다 많이 다뤘으며 잘 안다고 자평한다.
고향인 연초면사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서울시청과 청와대, 경남도청 등을 거치며 쌓은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전국에 뻗친 인적 네트워크가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지역의 보수색채가 옅어지며 당적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전문성 등 인물 경쟁력으로 대결하겠다는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후보는 지난해 거제지역을 발칵 뒤집은 변 후보의 '조폭 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등 공세적인 입장에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반면 변 후보는 함정에 빠진 불행한 해프닝의 피해자였고 수사기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하며 집권여당 소속으로 거제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적합한 후보란 수성전을 펼치고 있다.
양강 사이에서 고전 중인 대한애국당 박 후보는 '진짜 보수론'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당골 관광농원이라는 복합문화공간 대표이자 거제보수연합 회장 출신인 그는 현 정권의 일자리 정책 실패와 한국당의 야당 역할 실패를 강조하며 보수우파 정당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변 후보는 '새로운 거제'라는 이름으로 조선 산업을 되살리고 국제 관광도시 조성 등을 통해 '해양 문화도시·행복 도시·교통 천국 도시' 거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다.
구체적 시행 과제로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공영 개발, 관광특구 지정 추진, 거제 전역 고품질 공공 와이파이 구축, 제4차 산업 창업 지원, 조선·해양엑스포 유치, 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 등을 내세웠다.
서 후보는 '새로운 희망'을 기치로 살 맛 나는 거제 만들기, 서민 경제 살리기, 남해안 해양 관광 거점 도시 조성 등 12가지 약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본격 추진, 중소기업·소상공인 육성 지원, 거제해양관광특구 지정, 저도 소유권 이전 관광 자원화, 고속버스 전국 도시 연결, 거제대학 4년제 종합대학 승격 지원, 무상 급식·무상 교복 지원 등 50여 개 세부 정책도 내놨다.
박 후보는 거제∼일본 간 해저터널 건설,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각,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유치, 민자사업 기반 테마파크 조성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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