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대전 대덕구청장…보수 텃밭에 여성후보 도전
민주당 박정현 '여당 프리미엄' vs 한국당 박수범 '현직 프리미엄'
박빙 속 '굴러온 돌' vs '걸림돌' 설전…"누가 되든 49대 51 싸움"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자유한국당의 수성이냐, 더불어민주당의 탈환이냐.
구청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 박정현(53·여) 후보와 한국당 박수범(57) 후보가 격돌하는 대덕구는 양당이 대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이다.
대전 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 지역이다 보니 한국당은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도 대덕구청장 자리를 차지한 경험이 있는 만큼 탈환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대덕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전시장을 비롯해 5개 구청장 중 4개 구청장을 싹쓸이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후보가 당선됐다.
최근 치러진 세 번의 총선에서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여의도에 입성했고, 지난해 5월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 지역에서 대전 평균 득표율(42.93%)을 밑도는 40.52%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박정현 후보와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박수범 후보의 양자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토박이 현역 구청장에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재선 시의원을 지낸 여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인 동시에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며, 살아온 길이 전혀 다른 두 후보의 맞대결이어서 대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현 상황에서 어느 한 후보의 우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박수범 후보는 보수 성향의 토박이 민심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적으로는 신탄진지역 표심을, 세대별로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정현 후보는 젊은층이 많이 사는 송촌동 등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생활밀착형 정책을 쏟아내면서 젊은층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박정현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충남 인터넷신문 굿모닝충청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2%포인트)에서 박정현 후보는 52.1%를 얻어 36.6%를 기록한 박수범 후보를 15.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다만 당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박정현 후보는 46.8%, 박수범 후보는 42%를 얻어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는 것으로 니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누가되든 '51대 49' 승부가 것으로 보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도 박수범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순 후보를 불과 383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박빙의 승부가 진행되면서 두 후보 간 설전도 관심을 끈다.
박수범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박정현 후보를 '굴러온 돌'이라고 지칭한 뒤 "서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대덕으로 이사 온 지 채 1년도 안 된 인사가 대덕을 알면 얼마나 알고 대덕발전을 위해 일을 하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선거 슬로건도 박정현 후보를 의식한 듯 '대덕의 자존심! 대덕사람이 지킵니다'로 정했다.
이에 대해 박정현 후보는 박수범 후보를 향해 '대덕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맞받아쳤다.
박정현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수범 후보가 자기 자신을 박힌 돌로 표현하는데 그 박힌 돌에 수많은 대덕주민이 걸려 넘어졌다"며 "이제는 걸림돌이 되신 걸 본인만 모른다"고 비난했다.
정당과 성별은 물론 살아온 길이 다른 두 후보는 선거 공약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박수범 후보는 오정동·신탄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박정현 후보는 임신에서 보육까지 토탈서비스 대덕보육센터 설립을 각각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도시 경쟁력 향상 방안에 대해서도 박수범 후보는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도시공간을 조성을, 박정현 후보는 교육과 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한국당은 반드시 사수를, 민주당은 꼭 탈환해야 하는 곳이 바로 대덕"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민주당 후보가 유리해 보이지만, 한국당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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