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내포열병합발전소 조건부 승인…주민·사업자 모두 반발

입력 2018-06-01 16:59
충남 내포열병합발전소 조건부 승인…주민·사업자 모두 반발

산업부 권고 '주민합의' 강제사항 아니어서 실효성 논란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건설이 중단된 충남 내포신도시 내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1년 3개월 만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완전한 승인이나 불승인이 아닌 애매모호한 처분에 대해 주민뿐 아니라 사업자도 반발하고 있다.

1일 충남도에 따르면 산업부는 SRF 발전소 사업자인 내포그린에너지가 산업부에 제출한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공사계획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내포그린에너지가 산업부에 공사계획 인가 및 승인의 건을 제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산업부의 민원 편람에 따르면 공사계획 승인의 경우 30일 이내, 인가는 20일 이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산업부가 결정을 무기한 연기하자 사업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중앙행정심판위는 지난 4월 26일 이에 대해 행정부작위에 해당한다며 6월 1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사업자에 착공 전에 환경부 장관의 통합허가를 받을 것과 건설 공사 이전에라도 주민과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주민합의가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업운전 개시 전에 주민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이미 환경영향평가서(2015년 10월)에 명시돼 있으며, 착공 전에라도 주민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착공 전 주민합의가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승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 산업부의 입장이지만, 애매모호한 처분에 사업자와 주민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주민합의 전까지는 가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실상 불승인 처분으로 본다"고 산업부의 결정을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어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산업부도 도청도 말장난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심판위도 산자부도 자꾸만 누군가에게 미루는 거 같아 주민들만 힘들다"고 비난했다.

내포신도시 주민이자 쓰레기발전소 반대 공동위원장인 노길호씨는 "쓰레기발전소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 아파트에 1천660가구가 살고 있다"며 "SRF 발전소에서 다이옥신을 비롯해 140여종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홍성·예산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하루 11.6t밖에 안 되는데 발전에 필요한 780t의 폐기물을 외부에서 가져다 쓴다고 한다"며 "주거지역 한복판에 쓰레기발전소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앞서 지난달 30일 산업부와의 간담회에서 1만여 가구의 SRF 발전소 건설 반대 서명을 제출했다.



사업자 역시 "산업부의 공문을 전달받지 못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주민 모두의 합의를 전제로 한 승인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다.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공사계획 승인에 대한 건은 재량행위가 아닌 기속행위(행정청의 재량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조건을 달 수 없는 사안"이라며 "앞서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에서라면 SRF를 LNG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미 허가도 난 상황에서 연료를 바꾸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 주민이 우려하는 부분은 시운전 기간에 검증단을 꾸려서 배출기준에 위반되는지만 점검하면 되는 일"이라며 "환경영향평가도 받은 만큼 환경부의 통합환경인허가 평가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남부발전, 롯데건설, 삼호개발 등이 설립한 내포그린에너지는 2023년까지 예산군 삽교읍 목리에 SRF를 사용하는 시설 1기와 LNG를 사용하는 시설 5기를 짓기로 하고 2016년 말 공사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SRF 발전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는 데다 산업부의 승인 지연으로 공사가 미뤄지자 내포그린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산자부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자금난을 이유로 같은 해 11월 열 전용 보일러(HOB)와 LNG 열 전용설비 공사도 중단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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