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둔 주52시간제…주류업계에 태풍될까, 미풍그칠까
"소맥 덜 마실듯"…엇갈리는 전망속 가정용 맥주시장 쟁탈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주류업계가 시행을 한 달 앞둔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고 회식문화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혼술족'과 전체 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등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업체들은 가정시장의 성장에 대비해 맥주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주도권 쟁탈전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덜 마실 것" vs "더 마실 것" = 3일 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직장인들의 귀가가 빨라지고 회식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술 소비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등으로 일찍 퇴근하거나 재택근무로 아예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직원들끼리의 저녁 술자리 모임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거래처와 저녁 약속을 잡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내 주류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음식점과 주점 등 이른바 유흥 채널의 주류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취미생활이 다양해지고 가족 단위의 활동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술 소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술 애호가들은 퇴근시간이 앞당겨지면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이 마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서 혼자, 또는 부부가 같이 술을 마시는 '혼술족', '홈술족'의 증가 추세가 주52시간제가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각종 레포츠 및 야외활동 인구 증가가 자연스레 술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지금은 예상하기 어렵다. 사실 아직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주 지고 맥주 뜬다?" = 업계에서는 전체 주류시장 규모와 별개로 주종별, 유통 채널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직장보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 주류시장의 무게중심이 가정으로 옮겨지고, 이 경우 소주보다 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장기적으로 가정 채널의 성장을 필연으로 보고 맥주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참이슬'로 소주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가정시장 전용으로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모기업인 세계 1위 맥주기업 AB인베브가 보유한 다양한 수입맥주 브랜드를 꾸준히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주류도 올해 들어 미국 몰슨쿠어스의 '밀러', '블루문', '쿠어스라이트' 등을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양극화 현상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서민의 술' 소주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내 소주시장은 2조 원 규모, 수입맥주는 3천억~4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인기가 있어도 아직 소주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며 "소주 역시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직 시작일 뿐 더 지켜봐야" 신중론 = 주52시간제가 시장에 극적인 변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주52시간제가 당분간 300인 이상 업체에만 적용되는 탓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통한 학습효과도 이 같은 신중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시 주류업계는 청탁금지법이 매출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실제 매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음주문화의 변화 탓에 이번 주52시간제가 별다른 추가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든 작든, 방향이 어쨌든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실제 제도 시행 이후 사회 전체적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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