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여름 활동 나선 항모 로널드 레이건,우선 싱가포르로 가나?
미국 대통령 방문국 인근 해역에 항모 배치…공중 경호와 비상의료시설 지원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난 29일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주일 미군 기지를 출항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CVN 76)호가 앞으로 약 3개월에 걸쳐 서태평양에서 훈련·작전·초계 활동을 벌일 예정이어서 중국의 인공섬이 있는 남중국해 긴장과 관련 주목받는 가운데 지난 이틀간 항적 상 우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인근 해역으로 이동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업체 스트랫포는 5월31일(현지시간) 현재 레이건호가 "여름 초계 활동을 위해 제7함대 작전구역에서 항해 중"이라며, 그 항적을 공개했다.
스트랫포는 비밀이나 작전상 민감한 정보가 아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항모와 강습상륙함의 위치를 추적, 추정 항적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참석과 한국, 일본 등 순방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할 때는 항모 3척이 한꺼번에 한반도 가까운 해역에 집결했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따라 고조된 한반도 군사긴장 국면에서 대북 무력 과시를 위한 의도였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 방문에 나설 때는 이런 군사적 위협용이 아니라 유사시에 대비,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방문국에서 가까운 해역에 항모나 강습상륙함을 배치한다.
실제 스트랫포의 항모 위치 추적 기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순방지 주변 해역에서 미국 항모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 따른 경호 사항은 비밀이지만, 지난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가 비밀경호국의 경호 계획 내부 문서를 입수, 보도한 데 따르면 수백 명의 경호원 파견 외에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의료진을 완벽히 갖춘 외상 의료 시설이 있는 항모나 상륙강습함을 근해에 배치"하도록 돼 있다.
의료 시설이 충분치 않은 "개발도상국 방문 때는 미국 해군이 항모나 상륙강습함 상의 '떠다니는 병원'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항모에 탑재된 함재기가 미국 대통령 주변 상공을 24시간 경비하는 것은 물론이다.
2010년엔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인도의 한 언론 매체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항모를 포함해 미 해군 전함 34척이 오바마 대통령 경호에 동원되는 등 하루 비용만 해도 2억 달러(2천15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하자, 오바마에 비판적인 보수 세력이 이를 인용해 미국의 하루 전비보다 많이 쓰는 낭비라고 파상 공세를 퍼부은 일이 있다.
당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보도가 근거 없이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경호를 위해 미 해군 전함 총수의 10분의 1이나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총비용을 6천만-1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 큰 몫은 인원과 장비, 차량 등을 수십 차례 실어나른 수송 비용이 차지했다. 하루 2억 달러와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2번째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대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까지 비행을 위한 급유 문제와 대동 가능한 경호원 수에 "이례적일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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