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아내에 캐디 맡겼던 이형준 "다음 대회부턴 전문 캐디와"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솔직히 별 도움이 안 되죠. 하하."
1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중간합계 7언더파 137타로 선두를 달린 이형준(26)의 캐디는 아버지 이동철(56) 씨다.
이 씨는 지금까지 이형준이 우승한 4승 가운데 2승을 함께 했다.
아들의 전담 캐디나 다름없던 이 씨는 지난해에는 며느리 홍수빈(23) 씨에게 캐디 역할을 넘겼다.
지난해 시즌 내내 이형준의 백을 맡은 홍 씨는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이형준의 생애 네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부친 이 씨는 며느리 홍 씨가 임신하자 다시 백을 멨다.
이형준은 "올해부터 전문 캐디를 쓰려고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다음 대회부터 전문 캐디와 호흡을 맞춘다"면서 "이번 대회 한 번만 아버지께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형준은 "캐디에게 크게 의존하는 편이 아니다. 그동안 아버지, 아내에게 캐디를 맡겼던 이유"라면서 "그러나 이제는 전문 캐디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버지께선 내가 잘 치면 기분이 좋아지셔서 말씀이 많아지신다. 그러나 내가 부진하면 너무 침울해 하신다"는 이형준은 "어떤 때는 내가 아버지를 보살펴드려야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아내 홍 씨가 백을 멜 때는 "행복하고 좋았다"는 이형준은 그러나 '전문 캐디보다 아내가 캐디로서 더 나으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전문 캐디가 능력은 낫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형준은 "어릴 때 같이 골프를 했던 친구가 캐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한번 맞춰보니 너무 잘 맞았다. 이 친구가 훅라인이라고 하면 내 눈에 슬라이스라인으로 보여도 믿을 것 같다"고 신뢰감을 보였다.
버디 6개에 보기 4개를 곁들여 전날에 이어 이틀째 선두를 지킨 이형준은 "오늘 샷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2언더파라는 스코어도 기대 이하였는데 다른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한 건 의외"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형준은 "우승 기회가 온 것 같아서 굉장히 기대된다"면서 "샷이 흔들려서 걱정이긴 하지만 쇼트게임 감각이 워낙 좋아서 샷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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