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율 두 자릿수 회복했지만 안심하긴 일러
기저효과·유가상승 영향 커…반도체 편중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올해 하향 곡선을 그리던 수출이 5월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반등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의 높은 수출 증가율은 기저효과와 유가 상승 등에 기인한 면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509억8천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 4월 -1.5%에서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올해 수출은 1월 22.3%로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2월 3.3%, 3월 6.0%, 4월 -1.5%로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산업부는 4월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작년 4월 실적이 유난히 높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원인에도 기저효과가 있다.
작년 5월 수출은 449억3천만달러로 작년 4월의 508억4천만달러나 작년 월평균인 478억3천만달러보다 낮다.
작년에는 기업들이 5월 장기 연휴에 대비해 4월 말에 수출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4, 5월 수출 실적만으로 전반적인 추세를 단정하기 부적절한 면이 있다.
최근 수출 증가가 수출물량 증가가 아닌 수출단가 상승에 기인한 점이 더 크다는 점도 불안한 부분이다.
5월 수출단가는 작년 대비 11.4% 증가했지만, 수출물량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단가 증가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MCP(복합구조칩 집적회로)와 SSD(차세대 저장장치)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영향도 있다.
올해 5월 두바이유가 작년 대비 46.7% 상승하면서 원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크게 늘었다.
반도체 편중도 계속 지적되는 취약점이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5월 16.7%에서 올해 5월 21.3%로 증가했다.
반면 주력산업 중 자동차와 철강, 선박 등은 아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반도체 수출마저 꺾이면 이를 대신해 수출을 지탱할 산업이 없는 것이다.
중국 경쟁사의 생산 확대 등으로 고전하는 디스플레이와 가전 수출도 올해 계속 하락세다.
산업부도 올해 수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요국 보호무역 심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신흥국 경기 위축 우려 등 향후 우리 수출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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