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자 거부된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장 재개발 보류
영 투자 올리가르히 연쇄 이탈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러시아 출신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1)가 영국 당국으로부터 비자갱신을 거부당함에 따라 10억 파운드(약 1조4천억 원) 규모의 재투자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더타임스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10억 파운드를 들여 113년 된 기존 홈구장을 6만석 규모의 새로운 구장으로 재개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비자갱신이 지연되면서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영국에 투자하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인 아브라모비치의 투자 보류로 영국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러시아 투자가들이 연쇄 이탈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첼시 구단은 이날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홈구장 재개발 계획이 보류됐음을 확인하면서 '현재의 비우호적인 투자 여건'을 주요인으로 지적했다. 영국 내무부가 아직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비자갱신을 지연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첼시 구단을 매입한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구단의 고용인 신분이 아니어서 영국 당국으로부터 아직 체류 비자갱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 첼시가 우승한 영국 국내 축구선수권대회(FA컵) 결승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아브라모비치는 영국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했으나 영국 측으로부터 단기 체류는 가능하나 업무활동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스라엘 신문 예루살렘포스트는 31일 아브라모비치가 새로운 정책이 들어설 때까지 영국 당국에 대한 비자갱신 신청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정책이 바뀌면 자신에 대한 오해와 추측을 적극적으로 해명한다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영국 당국의 비자갱신 거부는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독살 시도를 둘러싸고 영국과 러시아 관계가 급속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취해진 것이다.
또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을 2주일 앞둔 시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독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러시아 기업인과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가 기존에 가진 비자 종류는 영국 내 기업에 200만 파운드(약 29억 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 40개월간 영국 내 체류를 허용하는 것이었으나 지난 2015년 해외 불법 자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비자 발급 규정이 대폭 강화되면서 영국 당국은 아브라모비치에 비자갱신에 일부 재정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러시아 부유층이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로 지난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704명의 러시아인이 투자를 조건으로 영국 내 체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런던증시에는 57개 러시아 관련 기업이 상장돼 있다.
따라서 야당인 노동당 등 정계 일각에서는 러시아 투자가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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