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완화' 시급한 ZTE, 美압력에 당서기도 교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사실상 미국 압박에 밀려 ZTE(중싱<中興>통신) 내부 최고경영자인 당 위원회 서기를 교체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ZTE 비등기이사였던 톈둥팡(田東方·58) 시안(西安)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연구소 소장이 최근 ZTE 당위원회 서기로 임명됐다고 1일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미국이 ZTE 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ZTE에 경영진과 이사진의 대규모 교체를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한 소식통은 전임 판칭펑(樊慶峰) ZTE 당위원회 서기는 이미 면직됐다고 전했다.
톈 신임 서기 역시 중국 공직계통 인사이기는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외국 압력에 밀려 내부 인사교체를 단행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 기업, 학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조직에 당 위원회를 설립해 실질적인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ZTE 같은 국유기업에서는 특히 당 위원회가 인사와 경영 등에 대한 강력한 내부 감독권을 갖고 있다.
톈 서기는 중국 우주과학기술그룹 제9연구원 소속의 771연구소로 컴퓨터, 반도체칩 개발을 하는 시안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연구소 소장을 지내다가 2015년 11월부터 ZTE 비등기이사를 겸직해왔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연구소는 ZTE 주주중 한곳인데 ZTE 창업자인 허우웨이구이(侯爲貴) 이사장이 항공우주부 691공장에 이어 합병된 771연구소에 재직한 바 있다.
ZTE 경영은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허우웨이구이 대신 인이민(殷一民) 회장이 이끌고 있다.
ZTE는 앞서 쉬후이준(徐慧俊·45) 부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고위임원 황다빈(黃達斌·47)을 해직하고 최고준법감시인(CCO) 겸 수석법무책임자였던 청강(程鋼)도 면직한 상태다.
미국 제재로 한동안 생존의 기로에 섰던 ZTE 측은 2차례의 미중 무역협상 끝에 제재완화 조짐이 보이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급박하게 이행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협상 대문은 항상 열려있다. 미국이 중국과 마주 걸으며 무역합의를 적극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50여명의 미국 협상 실무단이 중국에 도착해 협의를 벌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또 에너지, 자원, 운송 등 분야의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하거나 철폐함으로써 진일보한 시장개방 조처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가오 대변인은 "새로운 외국기업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오는 30일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이미 발표한 금융, 자동차 영역의 개방조치 외에도 에너지, 자원, 인프라시설, 교통운수 등 영역에서 외국자본의 투자제한을 철폐, 또는 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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