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근본적 다른 길' 권유…北, 개혁개방에 속도낼까

입력 2018-06-01 07:19
美 '근본적 다른 길' 권유…北, 개혁개방에 속도낼까

폼페이오 "안전·번영 북한모습 상상"…안보우려 떨친 결단 촉구

시장 통한 경제 발전 전력투구하는 김정은, 비핵화 결단할까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그들은 수십 년간 걸어온 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길 바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책임 있는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편입해 그전과는 다른 국가 건설과 경제 발전에 집중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사실 지난 1월 신년사를 시작으로 대변화를 모색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표는 국가경제발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의 결속(종료)을 선언하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내부적으로 제도 변혁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노선 전환의 목표로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주민에게 대변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를 결심하고 미국과 담판에 나서는 전략적 노선 전환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지는 외부에도 읽혔다.

두차례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김영철 부위원장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북한이 전략적 변화(strategic shift)를 할 수 있는 전진 경로를 숙고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면서 미국도 북한의 노선 전환을 평가하고 있음을 알렸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개혁개방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우선 시장 확산이 주목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북한 공식 시장의 수는 482개로, 지난해 8월 집계한 468개보다 최소 14개가 증가했다.

시장이 생기면서 생산주체들이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아 사적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분야에서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해 사실상 가족영농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지은 뒤 생산량의 30%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처분권을 갖게 함으로써 생산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기업에게도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판매하고 확보한 이윤의 일부를 국가에 내면 나머지는 각 기업이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개혁조치와 더불어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뒤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농업·관광·수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구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속해온 이런 조치들은 아직 큰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외부로부터 자본 수혈과 선진기술의 도입 등이 필요했지만,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 그물망은 북한 경제체제의 근본적 변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을 통한 국가 번영노선에 관심을 기울이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전략적 결정을 관철하려면 외부적 환경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언급한 것도 결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속도감 있는 비핵화 조치를 결심함으로써 북한의 번영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는 충고인 셈이다.

그는 안보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우리는 강하고 (외부 세계와)연결된, 안전하고, 번영한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며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통합된 북한"이라고 언급한 것도 새로운 노선을 향한 결단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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