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메이저리거' 백차승, 두산 2군에서 투수 양성
3개월간 인스트럭터로 미·일 야구 경험과 기술 전수
선수들 반응 좋아 재계약 추진…국적 회복 소송은 패소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투수 백차승(38)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2군 투수들을 양성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1일 "백차승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인스트럭터 계약을 맺고 이천구장에서 2군 투수들을 지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백차승이 기술 지도를 하며 특히 외국에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전달해 어린 투수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백차승 본인과 상의해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백차승은 팬들로부터 '병역 기피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부상과 불운이 겹친 탓에 야구선수로서 뛰어난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부산고 시절 최고시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 백차승은 '제2의 최동원, 선동열'로 평가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1998년 9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백차승은 '태업' 논란에 휩싸여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수 없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대만과의 준결승에 선발 등판한 백차승은 4-3으로 앞선 채 5회를 마쳤으나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대표팀은 백차승이 내려간 뒤 5-8로 역전패하자 당시 대회에 참가한 임원과 감독이 모든 책임을 백차승에게 돌렸다.
대한야구협회는 곧바로 백차승에게 무기한 자격정지를 내렸으나 승부조작 같은 중대한 범죄가 아닌데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징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후 백차승은 계약금 120만 달러를 받고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으나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고교시절 워낙 뛰어난 투수였기에 부산고와 대표팀에서 지나치게 혹사당한 게 화근이었다.
백차승은 이후에도 수술을 두 차례나 더 받고 2004년에야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시애틀 선발투수로 뛰면서도 야구협회의 징계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어 병역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자 200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차승은 메이저리그에서 시애틀과 샌디에이고에서 뛰면서 5시즌 동안 16승18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9시즌 다시 팔꿈치 부상이 도져 결국 방출됐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와 독립리그 팀에서 뛰기도 했으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편 대한야구협회는 2006년 내부적으로 백차승에 대한 징계를 재검토해 해제했으나 정작 선수 본인에게 통보하거나 언론 등 외부에도 알리지 않아 백차승은 이 같은 사실을 2015년에야 뒤늦게 확인했다.
최근 백차승은 서울행정법원에서 국적 회복 소송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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