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개혁 이상'보다 '교육 현실' 우선한 대입 개편 방향

입력 2018-05-31 19:51
[연합시론] '개혁 이상'보다 '교육 현실' 우선한 대입 개편 방향

(서울=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에서 수학 능력 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이나 수시·정시 모집 통합 논의를 제외하기로 한 것은 '이상'보다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교육개혁 후퇴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섣부른 개혁은 피하는 타협책을 택했다는 평가이다. 올해 중3 학생들부터 적용될 대입제도는 현행 입시제도의 틀을 유지하고, 학생부 전형과 수능 전형 간 적정 비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매듭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능 절대평가 공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줄 세우기 시험인 현재의 수능 방식으로 학생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야심 찬 개혁안이었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너무 컸다. 학생부 신뢰도 논란이 큰 상황에서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받는 학생부 전형이 확대돼 교육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자질 향상 등 교육 현장의 개혁이 함께하지 않는 대입 개편은 교육 불신을 증폭시킨다는 점도 고려돼야 했다. 수험생의 혼란, 정권마다 바뀌는 대입 개편에 대한 피로감을 고려할 때 교육 당국이 급격한 변화라는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고육지책'이지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구성원들의 여러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적 공감 없이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거나, 교육 관료들의 일방적 결정으로 입시안이 바뀌는 데 대한 반감은 높다. 공론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교육정책 논란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무책임 구조도 따라 왔다.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일반 시민'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의 '하도급' 결정 구조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교육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또 지난해 8월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대입 개편 결정을 1년 유예하는 진통까지 겪었음에도 대입 개편 논의가 진전 없이 원점으로 회귀하다시피 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한 공론화 범위와 여론,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해야 하는 시간적인 제한 등을 고려할 때 정시모집 비중을 소폭 확대하고, 수시 수능 최저기준과 수능 평가 방식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이나 수시 수능 최저기준 활용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대학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기도 해서 어느 선까지 결정할지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공교롭게 6·13 교육감 선거 시기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공론화 과정이 자칫 보수·진보 여론전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돼야 한다.

미래 인재 양성을 견인할 새로운 대입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마저 침몰시켜서는 안 된다. 대입 개편은 수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부 개선, 학생부 종합전형 기준의 투명성 제고, 학점제 등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 방안과 연계, 중장기적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 당국은 한꺼번에 개혁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경청하고 때로는 책임 있게 설득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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