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샹그릴라 대화서 남중국해 이슈화 안 되도록 '안간힘'
SCMP "中, 논쟁 무대 대신 학술적 의견 교환의 장으로 만들기 원해"
"샹그릴라 대화 대표단 정책 입안가 대신 연구자 중심으로 구성"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6월 1일부터 3일까지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 금년도 샹그릴라 대화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이슈화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연구자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샹그릴라 대화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논쟁의 무대가 아니라 '학술적인 의견 교환'의 장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
샹그릴라 대화는 2002년부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주관으로 세계 각국의 국방부 장관들이 참석해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프랑스, 베트남, 필리핀 등 50여 개국의 국방부 장관과 안보 전문가들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남중국해 갈등과 한반도 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참석에 앞서 지난 29일 하와이의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들른 자리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 전개할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오직 한 나라(중국)만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무산시키려 조처하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움직임을 겨냥했다.
그는 또 "우리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국제법과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오는 6월 2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인도·태평양 안보에 대한 도전'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매티스 장관의 하와이 발언으로 미뤄 볼 때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선 남중국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 확실하지만, 중국은 군사정책 입안가 대신 예비역 중장인 허레이(何雷)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을 대표단장으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샹그릴라 대화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정책 논쟁의 무대가 아니라 '학술적인 의견교환의 장'으로 이끌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아울러 인민해방군 상교(대령)인 저우보(周波) 중국 국방부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주임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과 인도의 경쟁과 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분과 회의에서 연설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대령 출신인 웨강(岳剛) 군사전문가는 샹그릴라 대화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문제를 이슈화하는 무대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웨강은 또 "중국은 연구자 중심의 대표단을 샹그릴라 대화에 파견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의) 잘못된 관점을 논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개최된다.
중국은 이달 초 남중국해의 인공섬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ㆍ필리핀명 칼라얀 군도ㆍ베트남명 쯔엉사군도)에 방어용 미사일을 설치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훙(轟ㆍH)-6K’ 등 여러 대의 폭격기를 동원해 남중국해 섬과 암초 지역에서 해상 타격과 이착륙 훈련을 시행했다.
이에 맞서 미국의 해군 함정 2척이 지난 27일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내 섬들 주변을 12해리 안쪽에서 항해했다.
미국은 또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 기지화하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로 다음 달에 있을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 초청 취소를 중국에 통보하기도 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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