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 90%"… 비판 정면돌파

입력 2018-05-31 18:35
문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 90%"… 비판 정면돌파

'고용감소' 부작용 가능성 처음 언급하면서도…"별개의 문제"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성급한 진단" 반박…"정부가 잘못 대응" 질타

"혁신성장 비전 안보여" 경제팀 분발 촉구…남북경협 대비도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 인상 자체와 그 속도에 매우 비판적이며 소득주도성장론을 허구적인 것으로 보는 일부 야권 등 사회세력의 태도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을 밝히기는 했지만, 지금의 인상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 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경우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밑바탕을 이루는 소득주도성장론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등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29일 가계소득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연일 경제 현안 점검에 진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 보완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나 이에 대한 보완책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근본정책의 수정·보완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한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1분위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며,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상당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감소 문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고도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당과 정부는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여권 내에서도 '속도조절론' 등이 대두되자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명백하게 확인하며 '교통정리'에 나선 거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잡음을 없애는 동시에 당·정·청이 합심해 최저임금 인상 역효과론, 그리고 이에 연결된 소득주도성장 허구론에 맞서자는 뜻으로도 읽혔다.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가능성을 말했던 문 대통령이 맺음말을 통해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을 정면 반박하는 데 집중한 배경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마무리 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더 강조한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만큼 더 필요성을 느낀 것 아니겠나. 아니면 (모두발언으로 진의가 전달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의 내용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발언에선 소득분배 악화가 왜 일어났는지를 주로 얘기했다면, 마무리 발언에선 이런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보완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관련해 속도 조절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 대통령 말씀을 들어보면 분명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날 경제팀을 향한 문 대통령의 질타는 이례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소득분배 악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90%가 긍정적이니, 이에 대해 관련부처나 당에서 적극 설명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자신 있게 정밀한 철학과 논리를 가지고 정책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거였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혁신성장에서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주시고 규제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서도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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