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국내파 한국어 '고수'들 "한국어를 일기와 웹툰으로 공부해요"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한국어로 일기 쓰기, 웹툰 읽기, 유튜브 보기. 한국어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주인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들인 '인도 국내파 한국어 고수' 비스와슈리 데이(24·여·유니버시티 오브 더 피플 재학), 소라비 매티(22·여·델리대 키로리 말 칼리지 졸업), 맘타 티와리(21·여·델리대 시암 랄 칼리지 졸업)는 3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한국어 공부 비법을 쏟아냈다.
이들 3명은 올해 4월 치른 국립국제교육원 주관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에서 인도 국내에서만 공부한 학생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 시험 최고 등급인 6급을 따냈다.
듣기, 쓰기, 읽기 영역으로 구성된 300점 만점의 이 시험에서 230점 이상을 받아야 주어지는 6급은 전문 분야 연구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한국어 기능을 비교적 정확하고 유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정도로, 그동안 한국으로 유학 간 학생이 아닌 인도에서만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아무도 이 등급을 취득하지 못했다.
비스와슈리는 무엇보다 쓰기가 어려웠다면서 이를 잘하고자 매일 한국어로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한국어 일기를 쓰려고 하다 보니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다가도 좋은 한국어 표현을 보면 '일기 쓸 때 사용해야겠다'며 메모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라비는 틈날 때마다 한국 웹툰을 보며 지루하지 않게 한국어 표현을 익혔다면서 '미생', '신과 함께', '김 비서가 왜 그럴까' 등 즐겨 본 웹툰 제목을 줄줄이 늘어놨다.
드라마는 현재 방송 중인 '미스 함무라비'까지 볼 정도지만, 요즘은 일상생활에 더 가까운 한국어 표현을 알기 위해 유튜브에 올라온 일반인 영상도 즐겨본다고 했다.
맘타는 한국어 공부를 하다가 자신이 쓰는 힌디어와 한국어의 공통된 표현을 볼 때마다 서로 같은 문화권에 있음을 새삼 느끼며 신기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한국 속담 '소귀에 경 읽기'는 힌디어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소 앞에서 피리 분다'는 표현이 있고 '우물 안 개구리'는 힌디어로도 그대로 사용되는 등 비슷한 속담이 많다고 맘타는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10대 때 한국 드라마를 처음 보고 그 매력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이 많이 배우는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아니라 왜 한국어를 하느냐는 일부 가족의 의아한 시선도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많이 진출해서 나중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로 가족을 설득했다.
세 학생은 모두 대학에서 물리학, 컴퓨터 공학, 역사학 등 다양한 전공을 했지만, 이제는 한국어를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한다.
한국어 교수가 되고 싶다는 맘타는 올해 한국 정부장학금(KGSP) 장학생으로 선발돼 오는 9월 한국에 유학간다. 이미 연세대 대학원 한국학 협동과정 입학 허가를 받았으며 서울대와 경희대의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소라비는 한국어 통·번역사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비스와슈리는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하는 게 꿈이다.
주인도 한국문화원 곽미라 교육팀장은 "2013년 219명이던 주인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수강생 수가 지난해 739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우수 학생들이 더 깊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고급 강좌를 강화하고 우수 학생들의 공부방법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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