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돌봄 업체, 돌봄시설에 '성인용품' 판매 추진
용품 메이커와 제휴…'노인 성 문제'에 정면 대처키로
쉬쉬해온 '고령자 성 트러블' 심각…늙어도 '성욕'은 건재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한 노인돌봄(개호)업체가 성인용품 메이커와 제휴, 요양원 등 노인돌봄 시설에 성인용품 판매를 추진하고 있어 화제다.
1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목욕 전문 '데이 서비스(데이케어)'를 하는 돌봄업체 '이키이키(활기찬) 라이프'는 최근 한 성인용품 메이커와 제휴, 고령자 돌봄시설에 자위용품 등을 공급키로 했다.
노인들의 성욕을 해소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고령자의 성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개호사업자와 성인용품 메이커의 제휴는 금기시해온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정면 대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령자의 성' 문제를 거론하면 "늙은 주제에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많지만 이는 "고령자는 성욕이 없다"는 그릇된 선입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일본성(性)과학회가 4년 전 발표한 "중·고년의 성과 욕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교를 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 배우자가 있는 남성의 경우 ▲ 60대의 78% ▲ 70대의 81%가 "자주 있었다"거나 "가끔 있었다", 또는 "이따금 있었다"고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도 ▲ 60대의 42% ▲ 70대의 33%가 "있었다"고 답했다. 60~70대 독신인 경우에도 ▲ 남자의 78% ▲ 여자의 32%가 "있었다"고 답했다. 고령이지만 성욕은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시마네(島根)현에 있는 특별양호노인홈의 개호분야 책임자인 나가미네 다에코(52)씨는 "요즘은 젊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증가해 돌봄시설에서도 고령남녀의 연애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나가미네씨가 적을 두고 있는 개호시설의 한 근무자는 작년 심야에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시설에 입소해 있는 90대 남성과 80대 여성의 성교현장을 목격한 것. 두 사람 모두 치매증세도 없어 서로 사랑이 깊어진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행위를 꾸짖어 떼어 놓아야 할지, 연애 형태로 인정해야 할지,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자는 생을 마감했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상대 여성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었으며 그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한다.
나가미네씨는 "노인에게도 성욕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그들의 사는 보람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거기에 눈을 감아서는 참된 의미의 돌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섹스와 초고령 사회' 등의 저서로 유명한 사카쓰메 신고(坂爪?吾) '화이트핸즈' 대표(36)는 고령자에게는 성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한 게 돌봄현장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를 성욕이 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편이 지원활동이나 접촉을 하기 쉽다. 기본적으로 돌봄서비스는 그걸 전제로 해온 측면이 있다. 돌보는 사람과 보살핌을 받는 당사자 간의 이런 인식의 차이, 바로 그 간극이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카쓰메 대표는 고령자의 성 문제는 시설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법무성이 발행하는 '범죄백서'에 따르면 고령자의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재작년 성범죄로 검거된 고령자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에 비해 강간은 8.6배, 강제외설은 21배로 증가했다. 절도나 사기 등의 범죄에 비해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카쓰메 대표는 고령자의 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성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이다. 고령자의 성 문제를 다른 세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주변 문제로 받아들이고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돌보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성인용품을 도입하기로 한 이키이키 라이프는 최근 전국 사업장의 지점장급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수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원통 모양이나 계란 모양 등 용도와 남녀 성별에 따른 여러 가지 종류의 자위용 성인용품을 손에 들고 진지하게 메이커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담당자는 용품을 들어 보이며 "속에 로션이 들어있다"거나 "이건 발기하지 않더라도 쾌감을 얻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거나 "움켜쥐는 힘이 약한 사람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며 사용법을 설명했다.
도쿄도(東京都)내 고토(江東)구 지점에서 고령자 입욕서비스 업무를 맡은 한 여성(25)은 최근에도 80대 후반의 고령자에게 옷을 입히는데 그가 몸을 더듬거리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고 "고령이 되면 성욕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런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령자의 성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돌봄업체 종사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성욕을 스스로 충족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지 모른다는 역발상이 성인용품 메이커와 돌봄업체가 손을 맞잡은 배경이다.
이키이키 라이프 관계자는 "금방 답이 나올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동안 업계가 의식적으로 피해온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춰내 제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의식을 바꿔가지 않으면 노인 성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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