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동 22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전북 경제효자에서 쉐보레 수출 중단 후 내리막길
폐쇄 후 유지인력 40명만 남고 모두 철수…군산경제 위기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한국GM 군산공장이 첫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인 31일 결국 폐쇄돼 문을 닫았다.
구조조정에 따라 문을 닫은 군산공장은 자동차 생산기능을 상실한 채 38명의 공장 유지보수 인력만 남고 모두 철수한다.
희망퇴직 신청자 1천200여명은 공장 폐쇄와 함께 퇴사하며, 미신청자 600여명은 다른 공장으로 전화배치되거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군산공장은 재가동을 염원하는 지역사회 바람과는 달리 폐쇄결정 이후 뾰족한구제방안이 나오지 않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전북과 군산경제는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군산공장마저 가동을 멈추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1996년 첫 차량 출시…군산조선소와 '경제 쌍두마차'
군산공장은 전북 군산시 소룡동 앞바다를 매립한 130만㎡ 땅에 1996년 완공해 그해 12월 '대우 누비라 1호 차'를 처음 출고했다.
누비라, 레조, 라세티, 쉐보레 올란도, 크루즈, 크루즈 터보, 올 뉴 크루즈 등을 이어 생산했다.
그 사이 회사명은 대우에서 2002년 'GM DAEWOO'로, 2011년 '한국지엠주식회사'로 변경됐다.
군산공장은 최신식 자동화 설비와 생산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연간 최대 27만대 규모의 승용차 생산능력을 갖췄다.
생산 차량은 자체 주행시험장을 거쳐 자동차 전용부두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됐다.
군산공장은 협력업체 130여 곳과 함께 연간 1만2천여 명을 상시 고용하며 군산 수출의 50%가량을 도맡았다.
군산공장과 협력업체가 납부한 지방세도 많을 때는 한해 580억원에 달했다.
특히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한해 생산액 12조원, 전북 수출액의 43%까지 점유하며 지역경제 전성기를 견인했다.
군산은 자동차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이며 경제가 한때 크게 성장했다.
군산공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지역인재 채용,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소외계층 돕기, 장학금 지원 등을 활발히 펼쳤다.
◇ 쉐보레 유럽철수로 내리막길…판매감소·비용증가
잘 나가던 군산공장은 2011년 26만대를 정점으로 생산량이 점차 감소했다.
특히 2013년 쉐보레의 유럽철수로 수출 물량과 내수가 급감해 군산공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판매대수는 2013년 15만대, 2014년 8만대, 2016년 4만대로 줄더니 지난해는 3만대에 그쳤다.
공장가동률은 2016년부터 20%대로 밑돌아 지난해 말 생산직은 근무일이 한 달에 1주일도 못됐다.
판매는 부진한 판면 인건비는 매년 상승해 고정비가 늘어났다.
한국GM의 국내 공장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0∼2013년 평균 8%에서 작년 기준 16%로 상승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평균적으로 성과급은 매년 1천만원 이상 늘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0% 에서 유지됐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고정비 부담만 커지면서 공장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공장가동률은 최근 3년간 평균 20%에 불과했고 올해는 20%도 밑돌아 사실상 가동을 멈춘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군산시와 지역사회가 GM 차량 사주기, 군산공장 사랑하기 캠페인 등 노력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 군산공장 폐쇄 발표…대량 실직
GM은 결국 지난 2월 13일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한국GM 노사 임단협 합의에 이어 지난 18일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본계약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GM은 한국GM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군산공장을 정리해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폐쇄 발표 전 2천여명이던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1천20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날 퇴사했다.
두 차례 모두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군산공장 잔류근로자 612명 가운데 200여명은 전환 배치된다.
나머지 잔류자 400여명은 일단 무급휴직을 적용하고, 다른 공장에서 정년퇴직 등으로 생기는 결원만큼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이들에게는 정부와 노사가 생계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200명에 이르는 사내 비정규직은 폐쇄 발표 후 대부분 계약종료를 통보받아 이미 공장을 떠났다.
군산공장 폐쇄로 부품·협력업체 경영이 악화해 근로자 1만2천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실직 또는 이직이 우려된다.
◇ 지역경제 파탄…재가동 기약 없이 공장 폐쇄
전북과 군산경제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31일 한국GM 공장 폐쇄라는 '강력한 연타'를 맞아 위기에 처했다.
군산공장에 의존해 온 지역 부품·협력업체는 가동률이 급락했고,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곳이 속출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군산경제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실직자 양산, 인구 감소, 내수 부진, 상권 추락 등으로 이어져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군산공장 2천여명, 부품·협력업체 135곳에 1만3천여명이 근무해 지역 고용 비중의 20%가량을 차지했다.
가족과 지인을 합하면 무려 4만 명 이상이어서 그들의 생계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GM 군산공장은 1996년 첫 가동 후 많게는 전북 수출의 30%, 군산 수출의 50%가량(2011년 기준)을 도맡았다.
공장 폐쇄로 군산지역 총생산액의 16%(2조3천억원)가 감소하고, 군산조선소까지 포함하면 제조업 종사자 47%가량이 실직위험에 처할 수 있다.
군산조선소와 군산공장에 인접한 오식도동은 상가, 원룸, 상업시설 곳곳에 임대와 매매 문구가 나붙었다.
원룸은 70%가량이 비고, 식당은 손님이 줄어 20% 이상이 폐업하고 상가 빈 곳은 장기간 임대가 이뤄지지 않는다.
시내 영동상가도 100여 곳 가운데 40여 곳이 비었고 나머지는 매출이 바닥을 맴돈다.
토지 거래 건수와 아파트 매매가는 2016년 말부터 하락하고, 지난 3월 기준으로 아파트 미분양률이 17%에 달했다.
군산시는 근로자 실직과 협력업체 도산이 대량 실직, 타 산업 악영향, 내수 부진, 상권 추락, 인구유출 등으로 지역경제 기반 붕괴를 우려한다.
군산경제 위기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 4월 군산을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 관계자는 "군산을 살리려면 정부가 군산공장 매각이나 재가동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지원과 추경예산 집행을 서두르지 않으면, 최악에 이른 군산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는 공장 매각, 위탁물량 생산, 타 용도 활용 등을 통한 재가동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별다른 활용계획이 끝내 제시되지 못한 채 가동 2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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