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광주 서구…여당 후보 vs 단일화 무소속 후보 '맞짱'
둘 다 '음주 운전' 놓고 상대방 맹비난…혼전 속 정책대결 실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6·13 지방선거 광주 서구청장 선거는 여당 후보와 현직 청장 간 맞대결로 주목받는다.
집권당 지지율을 발판으로 삼은 더불어민주당 서대석 후보,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야권 단일화까지 이뤄낸 무소속 임우진 후보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에 나섰다.
초반 선거전은 후보 간 정책과 공약 대결보다는 두 후보의 음주 운전 전력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딱 한 번의 실수도 아니고, 두 후보 모두 연거푸 적발된 음주 운전으로 당내 경선 때부터 줄곧 입방아에 올랐다.
무소속 임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을 거쳐 서구청에 입성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 도전에 나섰으나 2013년 한 해 2차례 음주 운전 적발이 불거지면서 컷오프됐다.
임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도 혹독한 불이익을 받았는데 또 불합리한 공천을 감수하라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며 민주당을 탈당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등록 막바지 민주평화당 이성일 예비후보가 임 후보에 힘을 보태면서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상대 후보는 4명이 경합한 집권여당의 경선을 뚫은 민주당 서대석 후보다.
민주당 고공지지율을 누리고 있지만 서 후보도 음주 운전 전력만큼은 임 후보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다.
서 후보는 1996년, 1998년, 2000년 모두 3차례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임 후보 때보다 음주 운전에 관대했던 시절이기는 하나 횟수가 한 차례 더 많고 습관적인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습성향 음주 운전은 당내 경선 때도 공격받았지만 10년을 넘긴 음주 운전 전력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당 방침에 서 후보는 살아났다.
하지만 같은 음주 운전 전력에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서 후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는 민주당 적자의 정통성을 두고 방송토론에 출연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포문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임 후보가 먼저 열었다.
임 후보는 "선거에 네 번 출마한 적 있는 서 후보가 당적을 자주 바꾼 것 같다"며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과 같은 당에 참여해 꿈을 실현하는 게 맞는데 정당 정체성을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서 후보는 "네 차례 출마가 민주당과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두 번씩"이라며 "네 번 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다는 악의적인 지적에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투표일을 열흘가량 남겨둔 1일 두 후보를 바라보는 서구 유권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민주당원인 쌍촌동 주민 정모(72)씨는 "서구청장 선거는 광주의 망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민할 것도 없이 찍을만한 후보가 없다"고 혀를 찼다.
주소를 옮기면서 서구청장 투표에 처음 참여하는 최모(32·여)씨는 "오죽 인물이 없으면 음주 운전 전과자끼리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느냐"며 "능력만큼이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를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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