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이스타나에 '복병' 카펠라까지…북미회담장 어디로
싱가포르 저명 외교관 '이스타나 부적합' 주장 주목
샹그릴라 '양안회담' 등 경험 풍부…리조트형 카펠라, 트럼프 '취향 저격' 가능성
(싱가포르=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의전과 경호 등 실무 조율을 진행중인 가운데, 세기의 회담 장소로 어디가 낙점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략 3곳 정도가 '선두권'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제국가'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삼엄한 경비 태세가 보장되는 대통령궁 '이스타나'는 한동안 가장 유력한 장소로 거론됐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있지만 수십미터 높이의 고목에 둘러싸인 이스타나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 문제에 민감할 두 정상이 안심하고 대좌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저명한 고위 외교관이 이스타나 개최가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싱가포르 현지 유력 중국어 신문인 연합조보 30일자 보도에 의하면 아세안 사무총장 경력의 옹켕용(王景榮·중국어발음 왕징룽) 순회 대사는 "우리가 왜 대통령궁에서 이런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허락해서 외국 경호 인원들이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일하는 곳에 들이닥치도록 해야하나"라며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에는 최고 수준의 경호 요구에 부합하는 호텔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옹 대사의 사견일 수도 있지만 강대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싱가포르의 국민 정서를 대변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상회담 관련 경호 문제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 경호 담당자들이 대통령궁 곳곳을 검색하는 상황을 싱가포르 정부가 흔쾌히 용납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렸던 샹그릴라호텔은 역사적인 정상회담과 전통의 국제 안보 회의를 여러번 치른 풍부한 경험이 무엇보다 장점으로 꼽힌다.
매년 각국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를 개최해온 점에서 경호나 회담장 운영 등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있으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정상들이 해외 출장 때 미국계 호텔 체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미국 측의 반응이 떨떠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샹그릴라는 홍콩에 기반을 둔 다국적 회사가 운영하며, 설립자는 말레이시아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입국한 미국 사전준비팀이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 체류하면서 카펠라호텔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형국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 곳은 섬 안에 위치해있어 진입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경호상의 장점으로 꼽힌다.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플로리다주의 리조트 '마라라고'를 즐겨찾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센토사섬의 여러 관광시설을 정상회담 전후로 폐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싱가포르 측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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