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좌파정당 포데모스 대표 부부 고급빌라 매입 논란

입력 2018-05-30 18:59
스페인 좌파정당 포데모스 대표 부부 고급빌라 매입 논란

불신임 투표서 당원 68% 지지받고 회생…'위선' 논란은 계속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급진좌파 정당 대표 부부가 고급 아파트를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원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서민층을 대변하겠다는 좌파정당 대표 부부가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은 '위선'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당은 급기야 당 대표와 그의 부인인 당 대변인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이들은 당원들의 재신임을 받고 직을 가까스로 유지하게 됐다.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의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Podemos)는 지난 28일 온라인 당원투표에서 당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9)와 당 대변인인 이레네 몬테로(30)에 대한 불신임안을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투표에서는 참여당원의 68.4%가 대표와 대변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이들은 현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결과는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의 공백을 우려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당 대표와 대변인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나선 것은 이들 부부가 수도 마드리드 외곽에 시가 61만5천 유로(7억7천만원 상당) 짜리 고급 빌라를 매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수영장과 게스트하우스까지 딸린 268㎡ 규모의 이 빌라를 사들이면서 이글레시아스 부부는 매입가의 87%인 54만 유로(6억8천만원 상당)를 주택담보대출로 부담했다.

쌍둥이 출산을 앞둔 이 부부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며 아이들이 태어나기에 앞서 쾌적한 환경에서 키우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2014년 창당한 포데모스는 기득권 정당들에 반기를 들고 돌풍을 일으킨 급진좌파 정당으로 유럽연합(EU)과 독일의 긴축정책에 적대적인 포퓰리즘 성향으로 평가된다. 당명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당은 현재 스페인 하원(전체 350석)에서 69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집권당인 국민당(중도우파)과 사회당(중도좌파)에 이어 제3당이다.

당원들과 포데모스 지지자들은 부동산 구매는 개인의 자유지만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고 서민층을 대변하겠다는 당의 대표 부부가 고급 빌라를 사들인 것은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글레시아스는 특히 과거 경제장관이 고급 아파트를 사들였다고 비판한 적이 있어 '위선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2012년 그는 루이스 데 귀도 경제장관이 자신이 사들인 빌라와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을 비판하며 트위터에 "호화 펜트하우스에 60만 유로를 쓴 사람에게 경제정책을 맡기겠느냐"라고 쓴 바 있다.

표결에서 재신임 결과를 받아든 이글레시아스는 자숙하면서 민의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내 의무는 포데모스의 안에 머무르는 것으로, 저희를 지지하지 않은 당원들의 뜻도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재신임을 받기는 했지만, 당 대표 부부의 고급 빌라 매입 건은 두고두고 포데모스에게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데모스는 작년 지도부의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데 이어 최근에는 중도 신생정당인 시민당(시우다다노스)에게 밀리는 등 고전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포데모스의 정당 지지율은 18%로 시우다다노스(28%)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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