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승리보다 귀해"…한국 태권도, 바티칸서 평화의 메시지

입력 2018-05-30 18:24
"평화가 승리보다 귀해"…한국 태권도, 바티칸서 평화의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 "'두 개의 한국'의 평화는 모든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평화가 승리보다 더 소중합니다."(Pace e' piu preziosa del trionfo)

한국에서 온 태권도 시범공연단이 가톨릭 본산 바티칸에서 역동적인 시범공연을 펼치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30일 오전(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재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은 평소와 다른 좀 더 특별한 분위기에 진행됐다.



행사 중간에 흰색과 검정색 도복을 차려 입은 세계태권도연맹(WT)의 시범단 약 20명이 특별히 마련된 무대에 올라 절도있고, 현란한 몸짓으로 약 5분에 걸쳐 시범 공연을 펼쳐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신자들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시범단은 웅장한 성베드로 대성당을 배경으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의 은은한 선율에 맞춰 물 흐르듯 유려한 동작, 거꾸로 솟아 올라 발로 격파하는 고난도 시범 등을 차례로 보여줬다. 역동적인 무대를 꾸민 시범단에 이날 모인 수 천 명의 신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시범단은 특히, 공연 말미에 '원 월드, 원 태권도'(One World, One Taekwondo)라고 쓴 영문 현수막, '평화가 승리보다 더 소중하다는'는 문구를 이탈리아어로 적은 현수막을 차례로 펼쳐보이며 이번 공연이 평화에 대한 염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연 직후 특별 언급을 통해 "멋진 공연을 보여준 태권도 시범단에 특히 감사한다"며 "'두 개의 한국'(due Coree)이 함께 보여주고 있는 평화는 모든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의 분위기를 반겼다.



이날 행사는 당초 교황청 초청으로 남북한 태권도가 함께하는 시범 공연으로 열릴 계획이었으나, 북한측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한국 태권도만 무대에 올라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는 지난 24일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 관계로 바티칸 시범공연을 할 수 없다'는 취지가 담긴 통지문을 WT에 전달, 남북 태권도가 사상 처음으로 바티칸에서 나란히 공연하는 장면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탈리아태권도협회에 따르면 북한측의 불참이 결정된 이후에도 오스트리아 빈에 주재하는 ITF 임원단이 이날 남측만의 시범 공연에라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오기도 했으나, 임원단의 방문도 끝내 불발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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