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개선 '신호탄'?…공정·금융위 협공에 움직이나
생명·화재, 전자 지분 매각에 "금산법 위반 소지 해소 위한 선제 대응"
김상조·최종구 잇단 공개 압박에 후속 대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가 30일 삼성전자[005930] 주식 2천700만주를 매각하면서 삼성이 정부·여당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삼성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종용'한 이후 나온 결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SDI[006400]가 공정위로부터 처분 명령을 받은 삼성물산[028260] 주식 404만여주를 기한 전에 매각하는 등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삼성의 추가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관련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계획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화재의 지분율이 현재 9.72%에서 10.45%로 높아지기 때문에 10%를 초과하는 0.45%에 대한 처분을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현행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넘게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및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금산 분리를 위해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 당시 가격(취득원가)으로 계산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법이 개정되면 시장가격으로 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약 20조원대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은 그룹 계열사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 때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를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은 자본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난 10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충격이 가해질지 모른다"면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결정이 이런 정부의 압박을 감안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면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면서 그룹 내부의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부분 해소한 데 이어 삼성전기[009150]와 삼성화재도 비슷한 수순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이런 압박을 의식해서 '보여주기식'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선단식 경영'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혀온 만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감안해서 자발적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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