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트콤 '로잔느' 폐지 찬반 논란, 트럼프로 불똥 튈 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ABC 방송의 인기 시트콤 '로잔느'가 출연자의 인종 차별성 트윗으로 29일 전격 폐지되자 미국 내 보수파들이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라며 두둔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그램과 같은 이름인 로잔느 바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이 시트콤은 지난 3월 부활하면서 수년래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왔으나 불과 2개월 만에 폐지되는 급전직하 운명을 맞았다.
로잔느의 갑작스러운 폐지는 높은 시정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인 데다 출연 주인공이 대중 문화계에서는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점에서 그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전문 사이트 '더힐'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전했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전격 폐지에 당혹한 미국 내 극우 및 보수파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어 지난해 극우-진보 시위대가 충돌한 샬럿빌 사태에 따른 인종차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로잔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내 백인 노동자층이 미국의 주류임을 확인하는 기조를 보여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단순한 시트콤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보수주의자들은 로잔느가 전례 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트콤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자부해왔다. 주인공 바는 당연히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상징적 스타로 여겨졌다.
바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만큼 자기편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로잔느의 열렬 시청자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잔느 첫 방영후 바에 높은 시청률에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로잔느의 폐지가 자칫 트럼프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계에서는 벌써 로잔느 폐지를 계기로 혹성의 유인원에 비유한 바의 트윗이 트럼프가 미국사회에 퍼뜨린 유해사조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 언론은 따라서 로잔느 폐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의 트윗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내 보수 논평가들과 극우인사들은 당연히 로잔느 발언 옹호에 나섰다.
바는 트윗을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밸러리 재럿을 '무슬림형제단과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간의 아이'라고 썼다.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비난한 시민운동을 인종차별 조직 KKK에 비유했던 유명 보수논평가 토미 라렌은 바의 트윗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지만 상당수 다른 보수파 인사들은 바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비방이라고 주장해 왔다.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유명한 빌 미첼은 영화 '혹성탈출' 유인원은 우월한 종족으로 나오는 만큼 재럿을 이에 비유한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소셜미디어에 많은 팔로워를 가진 우파 논객 마크 다이스는 "학교내에 있는 '몽키바스'(3각형 모양의 철골 놀이기구)도 인종차별적이기 때문에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야유를 보냈다.
공화당 전략가인 노엘 닉푸어는 폭스 뉴스에 바가 해고된 것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차별적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파 인사들은 또 로잔느 폐지 배경으로 '이례적으로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에 동정적인 프로그램의 기조'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 출마했던 허먼 케인은 "로잔느가 적극적으로 사과했음에도 그를 내처 버렸다"고 방송국 처사를 비판했다.
케인은 방송사가 로잔느를 해고할 이유를 찾고 있었다면서 "방송사 내 일부 세력이 로잔느의 보수 옹호적인 입장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계 방송인 빌 오라일리는 ABC로서는 프로그램 폐지 외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폐지 결정을 옹호하면서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면 그것은 수백만 미국인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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