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끌려다…中 결혼식서 일본군 차림 드라마 배우 '뭇매'

입력 2018-05-30 17:21
눈길 끌려다…中 결혼식서 일본군 차림 드라마 배우 '뭇매'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 군복 차림으로 결혼축하 차량행렬을 이끄는 남성의 모습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전국적인 비난의 표적이 됐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톈진(天津)시에서 촬영된 10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남성은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주로 쓰던 복제품 소총을 등에 매고 구식 오토바이를 탄채 차량행렬 시작 전 카메라를 향해 양손 엄지를 치켜올렸다.

신문은 온라인을 통해 이 영상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이 문제의 남성을 '정신적 일본인'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하면서 "이 표현은 일본 국적이 아니면서 일본 군국주의를 숭배하고 자신들의 국적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정신적 일본인'들이 흔히 일본 군복 차림으로 항일전쟁시기(1931~1945) 관련 기념장소에서 셀카를 찍고 항일영웅들을 폄하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이 남성은 결국 이튿날 인터넷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36세의 전역군인인 류빈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당일 촬영한 항일 인터넷 드라마에서 일본군 역할을 맡았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복장을 바꿔 입을 시간이 없었다"면서 "나는 정신적 일본인이 아니며 내가 했던 행동을 후회하고 중국을 사랑한다"고 해명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수년간 일본군복을 입고 항일전쟁 기념장소에 가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정신적 일본인'의 사례가 중국인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며 이 중 일부는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피소돼 수일간 구류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제침략 미화행위가 잇따르자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월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된 '영웅열사 보호법안'은 일본의 중국침략 미화행위를 금지하고 강력히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후커밍(胡可明)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주임은 "일제침략 미화행위는 국가의 존엄을 손상하고 인민의 감정에 고통을 주며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법적 결과를 좀더 명확히 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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