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정교과서 헌법소원 각하 결정은 무책임한 태도"

입력 2018-05-30 15:22
"헌재, 국정교과서 헌법소원 각하 결정은 무책임한 태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1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마무리 지은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덕성여대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1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헌재를 비판했다.

한 대표는 "헌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올해 3월 29일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 심리에서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며 "이런 결정은 헌재 스스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하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재는 앞서 장덕천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015년 국정교과서 고시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란 청구가 적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판단할 실익이 없다고 여겨지는 등의 경우에 그 주장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헌재는 당시 "이 사건 고시는 2017년 5월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 검정교과서만 인정하는 체제의 고시로 재개정돼 효력을 상실했다"며 "청구인들이 이 사건 국정화 고시의 위헌 여부를 가릴 권리보호 이익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이미 관련 고시를 폐지해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헌재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결국 1992년에 자신들이 내린 '국정역사 교과서 합헌' 결정을 그대로 용인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기 민변 변호사는 "헌재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다가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각하 결정을 했다"며 "이는 헌법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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