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1년 남은 자성대부두 안갯속…고용불안에 선사들도 혼란
연장신청 3개월 지나도 항만당국 묵묵부답…"조속히 계획 내놔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 북항 자성대부두의 임대계약 기간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앞날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 부두를 생계터전으로 하는 1천여명의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떨고 있고 선사들도 언제까지 자성대부두를 이용할 수 있을지 몰라 기항계획을 짜는 데 혼란을 겪고 있지만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는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30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과 맺은 부두임대차 계약 기간(30년)이 내년 6월 30일로 끝난다.
국가가 건설한 이 부두는 현재 부산항만공사 소유이며 1999년 현대상선이 임대차계약을 맺고 사용하다가 2002년에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터미널운영사인 허치슨이 운영권을 인수했다.
허치슨은 지난 3월에 부산항만공사에 20년 계약연장을 신청했다.
양측이 맺은 계약서에는 임대료 체납 등 중대한 위반이 없는 한 최장 30년(20년+10년) 계약연장을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허치슨 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임대료를 체납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연장 신청 3개월이 지나도록 항만공사는 물론 해양수산부와 허치슨 사이에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자성대부두는 연간 20피트 컨테이너 200만 개가량을 처리한다.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10%에 가깝다.
항만업계는 "당장 자성대부두의 물량이 옮겨갈 부두가 없는 데다 대량 실직사태가 벌어질 게 뻔하므로 계약 기간이 끝난다고 곧장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부산항만공사는 비공식적으로 "신항에 새로운 부두가 문을 여는 2022년까지는 자성대부두가 존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도 운영 기간 연장에 대해 공식적인 대답을 못 하고 있다.
2단계 북항 재개발 사업대상에 자성대부두가 포함된 데다 북항 운영사 통합과도 연계된 문제여서 해수부의 방침이 정해져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수부도 계약연장 여부나 폐쇄 후 다른 부두로 이전 등 대안 등에 관해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는 자성대부두 임대 기간이 내년 6월 말로 끝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게 없다"며 "계약서에 만료 6개월 전까지 연장 여부를 통보해주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말했다.
이를 두고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한 기업의 존립이 걸린 문제에 해수부 등이 너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고용 유지를 위해 신항의 새로운 민자부두가 문을 열어 안정화되는 2022년까지는 자성대부두를 존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치슨 측은 "선사들은 대체로 1년 이상 단위로 기항계획을 짜고 부두와 계약하는데 항만 당국이 자성대부두 운영 기간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바람에 선사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한다"며 "이 때문에 물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매립이 끝난 1단계 북항재개발사업도 투자유치가 안 돼 대부분 빈 땅으로 놀리는 판에 2단계 사업을 서둘러 멀쩡하게 잘 운영하는 부두를 무리하게 폐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북항재개발 계획과 북항 운영사 통합 방침 등을 고려할 때 해수부와 항만공사가 허치슨 요구대로 운영 기간을 20년 연장해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 6월 말 임대계약 만료를 이유로 곧바로 폐쇄절차에 들어갈 여건도 안된다.
재개발 진행 상황과 부산항 전체 물동량 추이 등을 봐서 한시적으로 운영을 연장하면서 대체부두를 마련해 이전시키거나 북항 운영사 통합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당국도 고민이 크겠지만 더 이상 혼란이 확산하고 허치슨을 곤경으로 몰아 내쫓으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자성대부두 문제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내놓고 운영사, 노동자들과 향후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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