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伊 불안 금융주 강타…다우 1.58% 하락 마감
(뉴욕=연합뉴스) 오진우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이탈리아 정국 불안이 금융주를 강타한 여파로 큰 폭으로 내렸다.
29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1.64포인트(1.58%) 낮은 24,361.4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1.47포인트(1.16%) 하락한 2,689.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26포인트(0.50%) 내린 7,396.59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 이상 밀리는 등 극심한 불안을 노출했다.
시장 참가들은 이탈리아 연정 구성 무산에 따른 정치불안과 스페인 총리 불신임 투표 등 유럽의 정치 상황을 주시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재차 밝히고, 국제유가도 두 거래일 연속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를 짓누를 수 있는 악재들도 한꺼번에 쏟아졌다.
주말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추천한 반 유로 성향의 파올로 사보나의 경제장관 지명을 전격 거부하자, 주세페 콘테 총리 후보자도 사퇴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고위 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를 과도 중립 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
하지만 연정 출범이 무산된 양대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코타렐리 내각을 신임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올해 가을 조기 총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인에서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이번주 진행될 예정이다. 스페인 법원은 지난주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렸고, 제1야당 사회당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제기했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이 1.4% 하락하고, 이탈리아 FTSE MIB 2.6%, 스페인 IBEX 35지수는 2.5% 각각 급락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지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인 장중한 때 1.1510달러까지 급락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77%로 가파르게 내렸다.
유럽 금융시장 불안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뉴욕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 신용경색이 은행이 보유한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글로벌 금리 하락도 은행업 전망을 악화한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은행의 이탈리아 노출액이 많지 않지만,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인 현지 은행이 부실해 지고 이를 막기 위해 국가 재정이 또다시 취약해지는 이른바 '파멸의 올가미(doom loop)' 현상에 대한 우려가 은행주를 짓눌렀다고 진단했다.
은행주를 추종하는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ETF(XLF)'는 이날 장중 한때 3.8% 급락하며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JP모간의 다니엘 핀토 공동대표가 "총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발언을, 모건스탠리의 앤디 사페스테인 월쓰매니지먼트 공동 대표가 "역풍을 직면하고 있다"고 하는 등 부정적인 업황 전망을 한 점도 은행주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과의 무역갈등 우려도 재차 고조됐다. 미 백악관은 이날 중국에서 수입하는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을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6월 15일 관세 부과 품목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 중요한 산업기술을 획득하려는 중국 개인과 기업에 대해 투자제한 조치를 이행하고 수출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양국의 2차 무역협상에서 관세를 보류키로 합의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국제유가가 이날도 추가 급락한 점도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주가의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으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15달러(1.70%) 하락한 66.7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금요일에는 4% 급락한 바 있다.
북한 관련 불활실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백악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이르면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의 정상적인 진행 및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이날 종목별로는 JP모건체이스가 4.3%가량 하락하고, 모건스탠리가 5.8% 내외 급락하는 등 은행주가 큰 폭 떨어졌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도 4% 안팎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3.37% 급락한 가운데, 재료 분야도 1.77% 내렸다. 공업 부분도 1.63% 하락했다. 반면 부동산은 0.25% 올랐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긍정적으로 나왔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의 125.6에서 128.0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도 128.0을 전망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3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6.5% 상승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활동지수는 전월 21.8에서 26.8로 올랐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23.2였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시장 불안의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는 만큼 불안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린제이 피에자 수석 경제학자는 "유럽 정치적인 혼란이 경제적인 추진력이 부족한 국가에서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에 지속적인 경기의 회복과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3.8%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9.80% 급등한 17.16을 기록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