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조위, 내달 네덜란드서 '외부충격설' 가정 모형시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찾아 '잠수함 충돌' 등 가정한 '2차 모형 시험'
선조위 "앞선 시험·연구에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 확인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다음달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을 다시 찾아 세월호 '외력설'(外力說)을 가정한 모형 시험을 진행한다.
외력설은 세월호가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 충돌해 침몰했다는 주장이다.
선체조사위 관계자는 30일 "다음달 22일부터 5일가량 네덜란드 마린에서 외력설을 가정한 모형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조만간 소위원회나 전원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험은 세월호 모형에 다양한 강도의 외부 충격·힘을 가해 세월호가 어떤 항적을 그리고 가라앉는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선조위는 앞서 올해 1월 마린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모형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8m 깊이 대형 수조에 세월호 30분의 1 크기로 만든 모형배를 띄운 뒤 다양한 상황·변수를 적용해 침몰 상황을 재현했다. 하지만 당시 외력설을 가정한 시험은 하지 않았다.
마린에서 진행한 모형 시험을 통해서도 세월호가 침몰 직전 그렸던 급격한 변침 항적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력설은 현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주장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세월호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외력설이 부각되기도 했다.
선조위는 '모든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취지로 지난달 13일 외력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정밀조사를 의결했다.
당시 전원위에 앞서 열린 1소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외부에서 어떤 힘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제기됐다.
용역 결과 세월호 좌현에 있는 '스태빌라이저'(핀 안정기·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가 최대 작동각인 25도보다 25.9도 초과한 50.9도로 비틀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핀 축 표면과 접촉면에서 긁힌 자국이 발견됐다.
이 밖에도 '자이로 컴퍼스'(조타기 앞에 있는 나침계) 성능실험 보고서와 블랙박스 영상 분석보고서 등 내용을 근거로 세월호 좌현에 수중물체가 충격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당시 소위원회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물리법칙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다양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외력설은 이달 10일 세월호 직립(直立)으로 선체 좌현이 드러나면서 일단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왼쪽으로 누워 있던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데 성공하면서 선체 좌현이 드러났고, 전문가 점검 결과 표면적 대부분이 녹 덩어리로 변한 상태였지만 뚜렷한 외부충돌 흔적은 없는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
선체 직립 당일 김 위원장은 "최근 제기된 외력설은 좌현 뒤쪽에서 측면 스태빌라이저를 밀고 지나간 시나리오"라며 "용역 결과 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있어서 조사 중이며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조위 관계자는 "앞선 실험을 통해서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침몰 당시 상황을 정확히 재현하기 위한 시험"이라며 "세월호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침몰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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