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싱가포르서 '정중동'…김창선, 공항서 취재진에 "놀러간다"

입력 2018-05-29 17:48
수정 2018-05-29 17:55
北美 싱가포르서 '정중동'…김창선, 공항서 취재진에 "놀러간다"



헤이긴 이끄는 美 대표단, 중심가 아닌 남부 센토사섬에 숙소

김창선, 일반 입국장 아닌 경로로 공항 빠져나가…취재진 헛걸음



(싱가포르=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 간 '세기의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회담 개최 때 경호·의전 등을 협의키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29일 '정중동'의 행보를 했다.

북한 '김씨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전날 밤 싱가포르에 도착한 이후 언론 노출을 가급적 피해가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아직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 때문인지 양측 다 '로우키'(low key·이목을 끌지 않는 절제된 행보) 기조였다.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 섬 안의 한 레지던스식 호텔에 둥지를 틀었다. 북미정상회담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샹그릴라호텔 등 시내 중심가의 숙박 시설에 묵으리라는 취재진의 예상과는 판이한 행보였다.

헤이긴 부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호텔을 찾아간 일부 방송사 기자에게 '북미 협의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많은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후 호텔 측은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호텔로 진입하는 체크포인트에서는 호텔 투숙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도록 해 기자들은 호텔 내부에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김창선 부장은 싱가포르에 들어오는 공항에서부터 언론과 '숨바꼭질'을 했다. 그는 28일 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일반 입국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아 장시간 진을 친 채 기다렸던 수십명의 취재진은 '헛걸음'했다.

28일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그의 모습을 찍은 일본 민영방송 TBS의 영상을 보면 김 부장은 항공기 티켓을 살펴보는 자신을 취재진이 촬영하자 티켓으로 카메라를 가리는 등 언론 노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반면 베이징 공항에서 찍힌 TBS의 다른 영상에서는 '북미회담때문에 (싱가포르에) 가시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놀러갑니다"라고 농담하듯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싱가포르 공휴일이었던 이날 싱가포르 시내 노스 브릿지가(街) 1번지에 자리한 북한대사관은 오전 내내 굳게 닫혀 있었다. 김창선 부장의 방문 지원을 위해 대사관이 바삐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 한국 취재진이 대사관을 찾았지만, 오전 내내 북한 외교관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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