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 "한국, 이제는 평온을 생각해야할 임계상황"

입력 2018-05-29 16:54
강준만 교수 "한국, 이제는 평온을 생각해야할 임계상황"

신간 '평온의 기술'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사회 비평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내놨다.

신간 '평온의 기술'(인물과사상사 펴냄)은 '강남 좌파', '증오 상업주의', '싸가지 없는 진보', '독선 사회'처럼 제목부터가 날이 선 저자의 전작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환갑을 넘긴 저자의 생에 대한 원숙한 시선과 한발 물러선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관조하는 가운데도 저자 특유의 시선은 무딜 줄 모른다.



저자는 "나는 행복한가? 모르겠다"는 자문자답으로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있을지 몰라도 자신은 '조용하고 평안함'을 뜻하는 '평온'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행복을 추구한다고 다소 겸연쩍게 고백한다.

그는 반세기 이상 번영을 향해 달린 한국 사회에서 평온은 현실에 안주하는 게으름이나 무기력으로 간주돼 환영받지 못했지만, '교육 지옥', '취업 지옥', '주거 지옥'에 직면해 '헬조선'을 외칠 만큼 고통스러운 지금은 평온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임계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평온은 무소유나 금욕을 통한 초월적 정신상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모저모 따질 건 따지고 챙길 건 챙기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평온이라고 설명한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캐나다산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덴마크산 휘게(Hygge·안락함), 일본산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그 원조 격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잡아라)이 대변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속하려면 그 기본 바탕에 평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온을 찾고 유지하기 위한 비결을 언급하면서는 사회학자의 전문지식을 동원하기도 한다.

미국 심리학자인 대릴 벰의 '자기지각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규정짓는 것처럼 자신의 행복을 보고 자신을 규정한다.

이를 대입해보면 평온하기 위해선 먼저 평온한 척 행동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평온한 척할 수 있는 행동은 등산인데 그게 곤란하면 비슷한 산책이라도 나가보라고 귀띔한다.

평온을 해치는 방해물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솔직함을 빙자해 면전에서 무례하게 구는 악당은 물론 친밀함을 핑계로 상처를 주는 지인에게도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무례한 말을 듣고 견뎌내느라 내 평온이 손상당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방의 무례를 지적하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하는 게 낫다."

싫은 사람을 긍정하자고 하면서도 배려심을 발휘해 무턱대고 열린 마음을 갖자는 식은 반대한다.

대신 타인에 대해 갖기 쉬운 선입견과 편견, 부정적 신념의 위험성과 무용성을 분석함으로써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든다.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자 한다면, 사람에 대한 '확신'은 자제하는 게 좋다."

행복을 위해서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기만족을 위한 합리화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고, 평온을 위해 때론 붙잡고 있던 성공의 꿈을 포기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08쪽. 1만4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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