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눈으로 미래의 길 찾다

입력 2018-05-29 06:00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눈으로 미래의 길 찾다

신작 소설 '고양이' 출간…전쟁 폐허·쥐떼 공격 위기서 고양이-인간 협력 그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소설 '고양이 1·2'(열린책들)로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난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출간돼 전작 '잠'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며 현재까지 30만 부가량 판매된 소설이다.

베르베르는 자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는다고 할 정도로 유난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2016년 교보문고가 집계한 과거 10년간 작가별 누적판매량에서 '제3인류', '나무', '뇌' 등 작품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작가의 이런 인기를 말해주듯 신작 '고양이 1'은 서점에 풀리기 전인 28일 현재 벌써 교보문고 인터넷일간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이런 관심은 베르베르의 기존 인기에 더해 고양이라는 제목·소재에 쏠리는 관심이 결합돼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도 '집사'를 자처하는 애묘인들이 크게 늘면서 서점가에 고양이 관련 책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는 시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베르베르 자신도 집사이자 애묘인으로서 이 소설의 처음과 끝에 고양이를 향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고양이를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이 소설은 여러모로 그의 출세작인 '개미'를 떠올리게 한다. 보통의 인간이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운 작은 존재인 개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애완동물이긴 하지만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여겨지는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해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종종 타자의 눈을 통해 우리 모습의 이상하고 추한 면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인간의 곁에서 삶을 함께하는 다른 종족 고양이 눈으로 보면 인간의 삶이 모순투성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소설은 인간사회의 가장 끔찍하고 어리석은 측면인 종교에 대한 광신, 그로 인한 대립과 테러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인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집사인 나탈리에게 사랑받으며 안락한 삶을 꾸려왔지만, 최근 집주변에서 부쩍 총소리가 들리고 나탈리가 울며 불안해하자 어떤 위기를 감지한다. 그러다 옆집의 특이한 중년 수컷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피타고라스는 머리에 USB 단자를 꽂은 이상한 생김새로, 자신은 그 통로로 인간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전수받았다고 말하며 인간의 역사와 고양이의 역사를 들려준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에게 흠뻑 빠져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와 함께 인류와 고양이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돼 인간 세계에 전쟁이 벌어지고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사이 죽은 시체를 뜯어먹는 쥐가 창궐하고, 쥐를 통해 페스트균이 무섭게 퍼진다. 파리에는 이제 남은 사람이 얼마 되지 않고, 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이 쥐떼의 습격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피타고라스는 주인이 남긴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바스테트는 타고난 소통 능력으로 다른 동물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꿈을 통해 인간의 영혼과 대화하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된다.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버려진 고양이 무리를 이끌고 남은 인간들과 힘을 합쳐 수십만 마리의 쥐떼를 상대로 큰 전투를 벌인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다.

"우리와 함께 쥐들과 맞서 싸운 어린 인간들을 봐. 이전 세대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지. 우리가 이미 저들을 변화시킨 거야. 이제 저들이 동족들을 변화시킬 차례야. 우리가 이 섬에 세울 학교는 인간과 다른 종들의 화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의 초석을 놓게 될 거야." (230쪽)

이 소설의 원제는 'Demain les chat', '내일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미래를 고양이에서 찾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소설 말미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으로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를 첫 번째로 꼽은 점도 눈길을 끈다.

전미연 옮김. 240쪽(1권)/248쪽(2권), 각 1만2천800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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