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피서객 빅데이터 집계 왜 해운대만 하나

입력 2018-05-29 06:35
해수욕장 피서객 빅데이터 집계 왜 해운대만 하나

지자체 예산 부족 눈대중 고수…'뻥튀기' 눈치싸움 계속될 듯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김재홍 손형주 기자 =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집계 방식에 따라 699만6천명과 1천370만6천명으로 나뉜다.



699만6천 명은 휴대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로 계산한 피서객 수이고 1천370만6천 명은 페르미추정방식(눈대중)으로 집계한 것이다.

해수욕장 근무자가 눈대중으로 추정한 피서객 수가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집계한 빅데이터 방식과 비교해보니 배가량으로 차이가 났다.

해운대구는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던 해수욕장 피서객 수 산정 방식에 신뢰성을 회복하고자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2천200만 원을 들여 휴대전화 기지국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방식을 도입했다.

페르미추정방식은 단위 면적당(가로 30m×세로 20m) 인원을 세고 여기에 해수욕장의 넓이를 곱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집회 참여 인원수를 집계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하지만 다소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돼 인원 부풀리기나 축소가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휴대전화 빅데이터 방식은 이동통신 기지국을 활용해 해운대해수욕장을 50m×50m 크기로 구분해 30분 이상 구역 내에 머문 휴대전화 수를 확인한다. 이어 통신사별 시장점유율, 휴대전화 미소지자 비율 등을 고려해 해수욕장 이용객 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해운대구는 올해도 SK텔레콤과 협약을 맺고 휴대전화 기지국 기반으로 피서객 빅데이터 자료를 받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해운대관광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보면 해수욕장 방문객 국적, 거주지역, 연령대, 시간대별 이동형태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해수욕장 운영 정책과 해운대 관광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올해는 연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부산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전년보다 3.6% 늘어난 4천766만6천명(페르미추정법 기준)으로 집계됐다.

해운대 1천351만9천명(5.4% 감소), 광안리 1천177만명(1.8% 증가), 송도 1천32만5천명(10% 증가), 다대포 724만명(27.8% 증가), 송정 427만명(3.9% 감소), 일광 27만7천명(4.3% 감소), 임랑 26만5천명(28.3% 감소) 등이었다.

해수욕장 피서객 수 뻥튀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이외 지방자치단체에서 빅데이터 집계 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전국 최고의 피서지인 해운대 피서객 수를 참고해 '눈치 싸움'을 해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 매일 부산시에 전달되는 피서객 수가 지자체의 자존심이고 성과로 간주하면서 경쟁적으로 피서객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운대구는 올여름부터 기존 페르미추정방식으로 피서객 수를 산정하지 않고 빅데이터 자료만 활용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집계 근무자 비용 문제로 주말 피서객 수는 주 중에 산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해수욕장 간에 피서객 수 눈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도 주요 해수욕장 피서객 산정을 빅데이터로 하려고 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수영구 해변관리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집계도 완벽한 게 아니고 관련 예산도 필요해 당장 도입할 생각은 없다"며 "해수욕장 피서객 수 산출 방식을 지자체 차원에서 결정하라는 건 안 맞아 통일해달라고 시와 해양수산부에 건의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송도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서구청 관계자도 "빅데이터 등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인원집계 방식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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