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과감한 협상으로 북미 '비핵화' 간극 좁혀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내달 12일로 추진 중인 정상회담에 앞선 사전협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을 시작했고, 싱가포르에서도 의전·경호를 위한 양측 간 논의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최종 성사될지, 또 회담이 열린다면 성과를 거둘지는 이들 실무협상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김-최선희 간의 의제조율은 정상회담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중요한 담판이다. 북미 양측이 과감한 협상으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한 간극을 좁혀 나가야 한다.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강조하면서 고강도 검증을 수반한 철저한 비핵화를 핵심으로 한 일괄타결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주장하며 맞선 상황이다. 하지만 접점 마련의 여지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 있는' 일괄타결론과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로 다소 후퇴했고, 북한 역시 며칠 새 부쩍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양측이 진지한 협의로 상대를 존중하며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법을 고민한다면 성과 도출이 불가능하지 않다.
북한은 과감한 핵 폐기 초기 조치를 포함한 비핵화 방안을 내놓고 최대한 비핵화 시간표를 앞당기며, 미국은 북한이 믿을 수 있는 다양한 체제보장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방법이다. 미국이 북한의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의 정확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중 일부를 곧바로 포기하는 선제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이 핵 포기에 진지하다는 것을 입증할 좋은 징표가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이 방안을 수용 못 할 이유가 없다.
미국도 '화끈한 당근'으로 빠른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북한은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이 제공해 줄 보상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경제지원 의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동강변 트럼프 타워' 등 좀 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미국이 다듬어 내놓을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미 3자 종전선언도 가능한 방안이다. 3자 종전선언은 북핵해결 프로세스가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체제안전보장 여부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북한에 한시적 안전보장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정상회담 전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해 가능한 한 최대한 세부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문을 내놓고 세부적인 사안은 후속협상에 맡길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순항을 장담할 수 없다. 총론에 합의하고 후속협상이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적지 않다.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밀도 높은 협상을 벌이는 지금이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힐 절호의 기회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