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문 대통령, 북미 협상 조정자 역할 성공적으로 수행"(종합)
"한국 운전자 지위 공고히 해"…러 언론, 문 대통령 회견 신속 보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협상 중재에서 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가 평가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2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문 대통령이 아주 성공적으로 개입했다"면서 "그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 북미 정상회담과 (양국 관계) 정상화 과정을 구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운전자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크게 입지를 굳혔고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관해서까지 얘기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러시아, 중국, 일본을 뒷선으로 밀어내고 이 국가들의 참여 없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톨로라야는 앞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성공적으로 사용했던 비즈니스 기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기법은 (거래에) 동의할 준비가 된 상대에게 다시 '가격이 좀 더 올랐어. 싫으면 다른 구매자를 찾아볼게'라고 말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해서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고 김 위원장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같은 최대한의 양보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2차 회담에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이 같은 노림수를 피해갔다고 톨로라야는 해석했다.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강조함으로써 비핵화는 북핵 폐기뿐 아니라 남한에서 미국의 핵우산도 제거하는 것임을 김 위원장이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유력 외교전문가인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북미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입장 변경을 꼬집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북한 지도자는 무게 있고 현명한 지도자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국제안보와 관련한 정책은 최대한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기분에 좌우돼선 안 된다"면서 미국의 잦은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은 하루에도 열 번이나 바뀔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클린체비치 의원은 아직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명확성이 없다면서 "모든 것은 마지막 순간에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은 이날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신속히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이루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국무위원장이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성사에 대한 의지도 표시했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을 소개했다.
타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도 인용, 김 국무위원장이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남북한 정상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1차 회담을 한 데 이어 전날 다시 예고 없던 2차 회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관영 뉴스전문 TV 채널 RT 등도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서둘러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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