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연이은 파격…북미정상회담 성사 총력

입력 2018-05-27 11:39
수정 2018-05-27 11:56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연이은 파격…북미정상회담 성사 총력



형식중시 北과거 '행동패턴'과 결 달라…"일체 형식없이 만나자" 신속제안

'관행 탈피' 김계관 담화로 美에 몸 낮춘 北, 김정은까지 유화메시지 발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좌초 위기에 놓였던 북미정상회담을 회생시키기 위해 '파격'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연이어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통보한 뒤 김 위원장이 보여온 태도는 체면을 중시했던 과거 북한의 행동패턴과 확연히 결이 달라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정상회담 취소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선(先)제안했다는 것이다.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자는 제안에는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으레 선행됐던 의전이나 의제조율 등 복잡한 절차·형식을 따지지 말고 속전속결로 만나 교착 상태를 풀어보자는 뜻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데리고 나온 북측 수행원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등 최측근 2명뿐으로 매우 단출했다.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은 문 대통령이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신속하게 화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 뒤 약 9시간 만에 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25일 오전 담화도 많은 북한 전문가들에게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 허를 찔린 상황임에도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몸을 낮췄고 '트럼프 방식'을 은근히 기대했었다는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 띄우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압 전술에는 자존심을 세우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강수에는 초강수로 나와 상황을 '벼랑 끝'에 몰아가던 북한의 전통적 외교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난 대응이었다.

'위임'에 따른 담화라는 조선중앙통신의 표현에서 보듯, 김 제1부상의 담화 기조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을 위해서는 기존 관행도 과감히 버리는 김 위원장의 공격적 스타일과 실리적 면모가 한반도 정세 고비에서 또다시 발휘된 셈이다. 김 위원장이 느끼는 북미정상회담 성사 필요성이 그만큼 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올해 들어 펼쳐진 한반도 정세전환 국면에서 이미 여러 차례 '파격적인 수'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월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남측에 특사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이어 3월 방북한 남측 특사단을 통해서는 미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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